트럼프 행정부가 병원들의 불투명한 의약품 수익 구조를 겨냥한 강력한 규제책을 내놓았다.
저소득층 의료 지원을 위해 마련된 이른바 '340B 프로그램'의 허점을 이용해 병원들이 막대한 '약값 차익'을 챙기고 있다는 판단하에, 메디케어 상환액을 대폭 삭감하겠다는 방침이다.
의료 사각지대 지원인가, 병원의 배 불리기인가?
'340B 프로그램'은 원래 취약계층 환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들이 제약사로부터 외래 처방약을 대폭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도록 돕는 제도다.
그러나 정부 조사 결과, 일부 병원들이 이 제도를 통해 구매한 저렴한 약을 메디케어에는 고가로 청구하여 과도한 차익을 거두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암 치료제인 ‘루프론 데포’의 경우, 병원은 약 700달러에 구매하지만 메디케어로부터는 상환액 4,000달러와 환자 본인부담금 1,000달러를 합쳐 총 5,000달러를 챙기는 구조다.
트럼프 행정부는 병원이 저렴하게 약을 구매한 뒤, 메디케어에는 훨씬 높은 가격을 청구하여 생기는 차익이 너무 크다고 본다. 이는 결국 건강보험 재정을 낭비하고, 높은 본인부담금을 내야 하는 환자들에게도 피해를 준다는 입장이다.
일부 병원들이 이 차익을 취약계층 진료에 쓰기보다 병원 시설 확장이나 의사 인건비 등 수익 사업에 활용한다는 비판도 있었다.
트럼프 행정부 "환자 부담 11억 달러 줄이겠다" 강수 던져
CMS(메디케어 및 메디케이드 서비스 센터)는 이번 규정안을 통해 340B 가입 병원들에 대한 메디케어 상환액을 기존 대비 약 40% 수준으로 하향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상환액을 낮춤으로써 전체적인 메디케어 비용을 절감하고, 환자들의 약제비 부담(본인부담금)을 직접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 측은 이번 조치가 실행될 경우 메디케어 환자들의 약제비 부담이 연간 약 11억 달러(한화 약 1조 5천억 원)가량 절감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해 온 '의료비 인하' 정책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의료계 "재정 악화로 필수 의료 위축될 것" 반발
미국병원협회(AHA)는 즉각 반발했다.
병원들은 340B 프로그램을 통해 얻은 수익이 단순한 차익이 아니라, 적자를 면치 못하는 응급실 운영이나 지역 사회의 필수 의료 서비스를 유지하는 '생명줄'이라고 주장한다.
340B로 얻은 수익은 병원의 '잉여금'이 아니라, 저소득층 진료나 응급실 운영 등 적자를 볼 수밖에 없는 필수 의료 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한 '교차 보조금'이라는 입장이다.
병원협회 관계자는 "상환액 40% 삭감은 지역 의료 현장의 재정을 고사시켜 결과적으로 취약계층에 대한 의료 서비스 질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강력히 경고했다.
상환액이 40%나 삭감되면 수익성이 낮은 지역이나 병원들은 운영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으며, 이는 곧 취약계층이 이용할 수 있는 병원이 사라지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지적이다.
병원들이 340B를 통해 수익을 올리는 것은 사실이며, 이에 대한 투명성 제고와 개혁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광범위한 공감대가 있었다.
하지만 그 수익을 어떤 방식으로 사회적 가치(취약계층 진료)로 환원하게 할 것인지에 대한 정교한 장치 없이 '상환액 삭감'이라는 칼만 들이대는 것은,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우는 결과를 낳을 위험도 있다.
이번 규정안은 공청회 등 행정 절차를 거쳐 내년 초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치권과 보건 의료계 간의 갈등이 격화되는 가운데, 정부의 비용 절감 명분과 병원들의 운영 안정성 논리가 어떻게 타협점을 찾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이번 조치가 트럼프 대통령이 내세운 '국민 의료비 절감' 의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정책이 될 것으로 보고 있으나, 병원들의 조직적인 로비와 소송전이 뒤따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