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표적인 공공 건강보험 시스템인 오바마케어(ACA·저렴한 의료비 지원법)의 내년도 보험료가 또다시 큰 폭으로 인상될 것으로 예고되면서, 올해 11월 미 중간선거를 앞둔 정치권과 민생 경제에 거센 파장이 일고 있다.

건강정책 비영리 연구기관 카이저패밀리재단(KFF)이 발표한 분석 자료에 따르면, 현재까지 보험료 산정 자료를 공개한 16개 주 및 워싱턴 D.C.의 ACA 보험사 77곳의 내년도(2027년) 보험료 인상률 중간값은 14%로 집계되었다.

이는 지난해 최종 기록한 20% 인상에 이어 2년 연속으로 기록적인 두 자릿수 인상세를 이어가는 것이다.

만약 이 예비 인상안이 그대로 확정된다면, 불과 2년 사이에 미국의 전형적인 오바마케어 보험료는 3분의 1 이상 급등하게 된다.

의료비 상승 압박과 신약 도입, 환자 고령화가 원인

의료계와 보험 업계는 이번 보험료 인상의 가장 핵심적인 원인으로 '기저 의료비용의 급격한 상승'을 지목하고 있다.

내년도 의료 서비스 및 전문 의약품의 기저 비용 상승률(메디컬 트렌드) 중간값은 10%로 나타났으며, 이는 지난 몇 년간 기록했던 평균 8%를 웃도는 수치다.

최근 수요가 폭발하고 있는 GLP-1 계열의 당뇨·비만 치료제 등 고가 특수 의약품의 처방 증가와 청구 건수의 복잡성 심화가 보험사의 재정 부담을 가중시켰다.

아울러 의료계 전반의 심각한 노동력 부족과 임금 인상, 전반적인 경제 인플레이션도 의료비 단가를 끌어올렸다.

건강한 가입자들이 대거 이탈함에 따라, 보험금을 더 많이 청구하는 만성질환 및 중증 환자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진 점도 보험료 추가 상승을 압박하는 요인이다. 가입자 풀(Risk Pool)의 악화로 악순환 고리가 만들어진 것이다.

보조금 종료가 불러온 '건강한 가입자의 이탈' 악순환

가계 경제 측면에서 이번 인상은 팬데믹 기간 제공되었던 연방 정부의 보조금(향상된 보험료 세액 공제) 혜택이 완전히 종료되면서 시작된 '도미노 현상'의 연장선에 있다.

연방 보조금이 전면 중단되면서 가입자들의 실질 보험료 부담이 급증했으며, 특히 연방 빈곤선 400% 이상(2026년 기준 1인 가구 $62,600)의 중산층 가입자들은 보조금을 전혀 받지 못하게 되어 직격탄을 맞았다.

이로 인해 2026년 가입자들은 전년 대비 평균 58%에 달하는 본인 부담 보험료 인상과 1인당 약 1,000달러의 공제금(디덕터블) 인상을 겪어야 했다.

올해 2월 기준 전체 ACA 가입자는 1,920만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300만 명이 감소하는 등 시장이 크게 위축되었다.

부담을 이기지 못한 건강한 가입자들이 대거 보험을 해지하면서, 남은 가입자들의 질병 위험도가 높아져 보험료가 다시 오르는 경제적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다.

현재까지 제출된 주별 자료에 따르면 인디애나주는 최고 25%의 인상률을 신청한 반면, 버몬트주는 7% 수준으로 지역별 편차가 크게 나타났다.

의회 정당 정치의 산물… 11월 중간선거 최대 쟁점 부상

정치권에서는 이번 오바마케어 대란이 예견된 정쟁의 결과라는 비판이 나온다.

당초 코로나19 기간 확대되었던 보조금 혜택을 연장할지를 두고 민주당과 공화당이 의회에서 장기간 대립해 왔다.

이 예산안 갈등은 급기야 지난 2025년 10월부터 11월까지 이어진 '미 역사상 최장기 연방정부 셧다운' 사태를 촉발하는 도화선이 되기도 했다.

결국 보조금 연장에 실패하면서 민생 부담이 폭발하자, 오는 11월로 다가온 미 중간선거에서 보건의료 비용 문제가 유권자들의 표심을 좌우할 핵심 쟁점으로 급부상했다.

유권자들의 경제적 고통 속에 양당은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각 보험사들의 2027년도 ACA 최종 보험료 제안서 제출 마감일은 오는 7월 15일이다.

현재 공개된 수치들은 예비 신청안으로, 주 정부 규제 당국의 심사와 조율 과정을 거쳐 올해 늦은 여름에 최종 형세가 확정될 예정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기저 의료비 상승세가 워낙 뚜렷해 최종 확정안 역시 두 자릿수 인상폭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