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여파와 대한축구협회(KFA) 운영 난맥상을 규명하기 위해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청문회가 뚜렷한 진상 규명 없이 ‘알맹이 없는 맹탕 청문회’로 막을 내렸다.
증인으로 출석한 정몽규 전 축구협회장과 홍명보 전 국가대표팀 감독은 고개를 숙였으나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는 데 그쳤고, 국회의원들의 부실한 질의로 축구팬들의 거센 공분을 사고 있다.
홍 전 감독은 선임 과정과 처우를 둘러싼 각종 논란에 대해 직접 입을 열며 의혹을 전면 반박했다.
홍명보 “손흥민·이재성 선발 제외는 전술적 판단”
이날 청문회에서 국민의힘 정연욱 의원은 남아프리카공화국전 패배 이후 불거졌던 인터뷰 보이콧 지시 등 선수단 내부 갈등설을 추궁했다.
이에 홍명보 전 감독은 "사실과 다르며, 선수들에게 인터뷰를 하라 마라 지시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남아공전 당시 핵심 자원인 손흥민과 이재성을 선발 명단에서 제외한 것에 대해 홍 전 감독은 "다른 의견이 조금 있었지만 팀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며, "두 선수가 출전하지 않은 것은 순전히 전술적인 판단이었다"고 일축했다.
"스리백 고수? 전술 변화가 없었던 건 아냐"
조별리그 최종전(남아공전, 0-1 패배) 당시 끝까지 스리백(3-4-3 또는 수비형 변형 포메이션) 전술을 고수하고 변화를 주지 않은 점에 대해 질타가 이어지자, 홍 전 감독은 "전술 변화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라며, "스리백은 공격 시 5명이 전방에 붙고 3명이 수비를 지키는 형태였으며 수비수들을 공격의 숫자로 활용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결과적으로 패한 것에 대해서는 "패장으로서 제 책임이 크다"며 전술적 아쉬움과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심야 빵집 면접’ 및 선임 절차 정당성 공방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은 당시 감독 추천 권한이 없던 이임생 전 기술총괄이사가 밤 11시에 빵집에서 홍 전 감독을 만나 별도의 프레젠테이션(PT)이나 공식 면접 없이 감독으로 선임한 절차를 지적하며, "후배나 축구 팬들에게 부끄럽지 않느냐"고 질타했다.
홍 전 감독은 "당시 제안이 왔을 때 정상적인 절차를 거쳤다고 생각했다"고 항변했다.
다만 "집 앞에서 만났다는 점 때문에 국민께서 불투명하다고 느끼실 수 있다는 점은 이해한다"면서도, 어떠한 특혜나 부당한 이익을 요구한 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연봉 38억 원 설 일축
더불어민주당 정준호 의원이 프로팀 감독 시절에 비해 대표팀 부임 후 연봉이 38억 원 대스로 배 이상 뛰었다는 의혹을 제기하자, 홍 전 감독은 "계약상 법적 조항이 있어 액수를 직접 밝힐 수는 없지만 38억 원은 절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이어 "상호 협의한 금액이며 돈을 더 달라고 요구한 적 없이 협회가 제시한 금액을 그대로 받아들였다"고 해명했다.
법카 사용 논란에 개인카드 결제 내역 들고 나와
홍 전 감독의 대한축구협회 법인카드(법카) 사적 유용 및 오남용 의혹도 핵심 쟁점 중 하나로 거세게 다뤄졌다.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실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홍 전 감독은 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한 2024년 7월부터 2026년 5월까지 총 3,742만 원의 법인카드를 사용했다.
이 중 약 37.6%에 달하는 1,400여만 원이 자택 인근인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일대(호텔, 정육식당, 해장국집 등)에서 결제되었으며, 주말 및 공휴일 결제액도 수백만 원에 달해 규정 위반 지적이 제기되었다.
협회 업무추진비 지침상 휴일이나 자택 인근에서의 사용은 원칙적으로 제한되며, 불가피할 경우 객관적인 소명서나 증빙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별도의 소명서가 제대로 제출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홍 전 감독은 "규정과 한도 내에서 정당한 업무 목적으로만 사용했으며 시정 요구를 받은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외국인 코치진 회의, K리그 관전, 대표팀 소집 관련 호텔 이용 등이었다는 입장이다.
홍 전 감독이 청문회 자리에서 법인카드 사용 증빙 자료 대신 자신의 개인카드로 결제한 내역을 들고 나와 "개인카드로 쓴 내역도 있으니 법인카드는 공적으로만 썼다는 뜻"이라는 취지로 해명하면서, 의원들로부터 "법인카드 증빙 자료를 내라며 지침을 왜 만들었냐"는 강한 질타를 받기도 했다.
아울러 축구협회 수뇌부(전무이사 등)가 명확한 검증 없이 홍 전 감독의 사용 건을 감싸기에 급급했다는 비판도 함께 도마 위에 올랐다.
직원 채용 청탁 의혹 부인
조국혁신당 김재원 의원은 홍 전 감독의 사퇴 직후 협회가 직원 채용 규모를 늘렸고, 홍 전 감독과 함께 일했던 수행기사와 지원직원이 응시해 면접까지 올랐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한 현재 재단 직원이 수행기사로 채용된 것과 관련해 청탁이 있었는지 추궁했다.
이에 대해 홍 전 감독은 두 의혹 모두 "그런 일 없다"며 강하게 부인했다.
외부인 출입 등 숙소 관리 부실 사과
홍 전 감독은 일반인 미용사가 대표팀 숙소를 출입했던 관리 소홀 문제에 대해선 고개를 숙였다.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이 "이런 식으로 선수단 관리가 부실하니까 경기 성적도 그렇게 나온 거 아니냐? 이건 누가 책임져야 되는 건가?"라고 질책하자,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책임을 져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사과했다.
월드컵 초기 장기간 이어진 인터뷰 거부 사태에 대해선 선수단 내 전부 다 각자의 입장이 있었다며, 이견을 조율하지 못한 건 감독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청문회 말미에 유튜브나 방송 등을 통해 축구협회의 ‘카르텔’이나 행정 난맥상을 지적해 온 후배 축구인들의 쓴소리에 대해 홍명보 전 감독의 생각을 묻는 질의가 있었다.
당시 의원들이 대표 출신 축구인들(김영광, 이천수 등)이 협회를 향해 쏟아낸 비판을 언급하며 이에 대한 견해를 물었을 때, 홍 전 감독은 "협회가 그런 목소리를 가볍게 들어서는 안 된다"며, 그분들도 협회나 대표팀 생활을 겪어보았기에 무엇이 문제인지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수긍했다.
하지만 이어 "문제를 알고 있다면 밖에서 쓴소리만 하는 것보다 현장에 직접 들어와서 본인이 노력해 바꿀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젊은 축구인들이 안으로 들어와 어려운 현실을 직접 깨닫고 책임감을 가지고 부딪혀야 한국 축구가 더 빨리 좋아질 수 있다"며, 밖에서 비판하는 것보다 땀 흘리며 현장을 지키는 일의 중요성을 우회적으로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