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 광주 도심에서 여고생을 살해해 국민적 공분을 샀던 피고인 장윤기(23)가 범행 두 달여 만에 성범죄 목적의 범행이었음을 시인했다.
그러나 유족과 법조계는 이를 진정한 반성이 아닌 형량을 낮추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보고 있다.
특히 사건 초기 경찰이 조직적으로 수사를 은폐·방해했다는 의혹이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다.
침묵 깬 장윤기, 왜 지금인가?
13일 광주지법에서 열린 두 번째 공판에서 장윤기는 “범행 당시 강간의 고의가 있었다”고 자백했다.
그동안 “강간할 의도가 없었다”며 혐의를 부인하던 입장을 180도 뒤집은 것이다.
검찰이 블랙박스 영상(범행 전 15분간 피해자 미행, 차량 뒷좌석 개방), 범행 차량 내 케이블 타이, 장윤기 원룸에서 발견된 성인용 인형(리얼돌) 등 범행 목적을 입증할 결정적 정황 증거들을 확보하자 더 이상 부인이 불가능해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혐의를 부인하다가 판결에 불리해지자 뒤늦게 인정하고 반성문을 제출하는 것은 감형을 노린 전형적인 재판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장윤기는 부친을 둘러싼 증거 인멸 수사가 확대되자 재판부에 반성문을 제출한 바 있다.
장윤기의 자백에도 불구하고 여론은 싸늘하다.
유족 측도 장윤기의 반성문에 대해 “피해자의 고통보다 자신의 처지를 걱정하는 내용”이라며 엄벌을 촉구하고 있다.
유족은 경찰청 차원의 전면 재수사와 최고형인 사형 선고를 요구하고 있다.
강간 등 살인 혐의가 유죄로 확정될 경우, 법정형은 무기징역 또는 사형에 이르는 중범죄다.
경찰의 조직적 은폐와 수사 방해 의혹
이번 사건의 핵심은 ‘피의자의 부친’인 현직 경찰 간부(경감)가 수사팀과 유착해 조직적으로 수사를 방해하고 증거를 인멸했다는 점이다.
장윤기의 부친은 사건 직후인 범행 당일부터 7월 14일까지 약 두 달에 걸쳐 연가, 병가, 공가, 장기 재직 휴가 등을 무려 7차례나 사용해 아들의 원룸에 들어가 성인용 인형(리얼돌)과 휴대폰 등 핵심 증거물을 직접 인멸했다. 부친은 장윤기의 휴대폰을 직접 불태웠으며, 개인정보 유출 때문에 불태웠다고 발언했다. 수사를 하는 경찰과 직접 연락을 주고 받았는데, 주요한 증거들을 은폐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당시 사건을 담당한 광산경찰서 수사팀은 이러한 증거 인멸 상황을 묵인하거나 부실하게 수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유족 측은 "피해자가 마지막으로 입었던 옷은 부모의 동의도 없이 폐기되었고, 운동화도 어디 있는지 모른다고 한다"며 "유품조차 이렇게 취급하는데, 지금까지 밝혀진 것이 진실이기는 한 지 무섭고 두렵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수사팀장 박모 경감이 증거 인멸 공모 등의 혐의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는 등 수사 비위 의혹이 현실화하고 있다.
장윤기 봐주기 수사에 대해 경찰 윗선의 지시 정황도 포착됐다.
장윤기의 강간살인 적용에 광산경찰서장이 반대했다는 수사팀원들의 진술이 확보가 됐다. 서장은 이례적으로 장윤기 주거지 압수수색 현장도 직접 지휘하는 등 주요 수사 절차를 직접 지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원 중 일부를 장윤기의 부친에게 보내기도 했다, 가해자의 아버지가 경찰이라는 사실이 드러나서는 안 된다고 했다는 진술도 나왔다.
피해자 유족은 “피해자가 경찰의 딸이고 가해자가 평범한 시민의 아들이었어도 이랬겠느냐”며 경찰 조직이 공권력을 가진 동료를 위해 사건을 일반 살인으로 축소 송치하는 등 조직적으로 비호했다고 강력히 규탄했다.
현재 경찰은 광주경찰청 형사과, 광산경찰서 여성청소년과 등 수사 관계자 7명을 참고인으로 소환해 조직적 수사 방해 및 유착 여부를 조사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