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치러진 6·3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에서 전국 91개 투표소에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원인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안일한 행정 시스템 때문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공식적인 의결 기구인 위원회의 회의 없이 사무처 내부 인사의 '전결'만으로 투표용지 인쇄 하한선을 낮춘 사실이 드러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깜깜이’ 결정: 위원회 회의 패싱
국민의힘 김승수·김민전 의원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중앙선관위는 지난해 12월 투표용지 인쇄 매수 하한 기준을 유권자 수 대비 60%에서 50%로 하향 조정하면서 단 한 차례의 공식 위원회 회의도 거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2월 10일 사무총장 전결로 '종합관리지침'이 개정되었고, 12월 24일에는 선거정책실장 전결로 '사무편람'이 수정되었다.
이 지침에 따라 전국 각 지자체 선관위는 인쇄 비율을 낮췄고, 실제 투표율이 높은 지역에서 투표용지 품귀 현상이 현실화되었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실태
사태가 발생한 투표소는 전국 91곳으로, 서울(42곳)과 경기(23곳) 등 수도권에 집중되었다.
당초 알려진 부족분은 4,726장이었으나, 재조사 결과 7,194장으로 늘어났다. 일부 투표소는 투표가 최대 105분간 중단되는 등 유권자들의 참정권이 심각하게 침해받았다.
선관위는 투표용지 부족 시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표준 가이드라인조차 마련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사건 발생 후 보고 체계가 마비되고 상황 전파가 지연되는 등 '행정 무능'을 여실히 드러냈다.
투표지 인쇄, 계속해서 낮춰왔다
중앙선관위는 2009년(80%)부터 지속적으로 하한 기준을 낮춰온 관례가 있었으며, 과도한 인쇄 시 발생할 수 있는 부정선거 의혹 차단 및 관리 효율성을 위한 결정이었다고 해명했다.
야당과 정치권은 "투표용지는 선거 관리의 기본 중의 기본"이라며, "예산 절감이나 관리 편의를 위해 국민의 소중한 한 표를 위협하는 결정을 밀실 전결로 처리한 것은 헌법 기관으로서 책임을 방기한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현재 선관위는 사건의 경위를 파악 중이며, 피해가 발생한 투표소에 대한 전수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선관위의 선거 관리 능력에 대한 신뢰도가 크게 추락하면서, 향후 선거 과정에서 발생한 절차적 오류들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와 책임자 문책 요구가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