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핵심 증거로 지목되어 법원의 '증거보전' 명령이 내려졌던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의 '투표용지 보관 상자'가 이미 폐기된 것으로 확인되어 파장이 일고 있다.

법원이 현장 검증을 통해 확보하려 했던 이 상자는 사라졌고, 선관위는 "고의적인 증거 인멸은 없었다"고 해명하고 있다.

법원 검증단 '빈손' 회군

지난 9일(한국 시간), 서울동부지방법원은 개혁신당 김정철 최고위원이 신청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 관련 증거보전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10일 오후, 담당 판사와 법원 관계자들이 현장 검증에 나섰으나 해당 상자는 이미 현장에 없었다.

해당 상자에는 '투표용지 인쇄 매수 1,900매'라는 문구가 기재되어 있어, 선관위가 실제 유권자 수(3,856명) 대비 과도하게 적은 용지를 인쇄한 근거를 밝혀줄 핵심 물증으로 주목받고 있었다. 이 중요한 상자가 폐기된 것이다.

선관위 "법원 명령 통보 전 폐기... 증겨 인멸 의도 없어"

송파구 선관위 측은 상자 폐기 시점이 법원의 명령 통보보다 앞섰다는 점을 강조하며 논란 진화에 나섰다.

상자는 9일 낮 12시경 폐기물 업체를 통해 수거되었으며, 법원으로부터 증거보전 결정문을 통보받은 시각은 같은 날 오후 5시 30분이었다.

선관위는 "해당 상자는 투표용지 운반용일 뿐 법적 보관 대상이 아니며, 선거 업무를 마친 뒤 쓰레기와 함께 통상적인 폐기 절차를 밟은 것일 뿐 증거 인멸 의도는 전혀 없다"고 밝혔다.

정치권 "참정권 훼손 증거 없애"

이번 사태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선관위의 안일한 행정이 참정권을 훼손하고, 그 증거까지 스스로 없애버린 꼴"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이미 큰 논란을 빚은 선관위가 사태 규명의 결정적 열쇠가 될 증거물 관리마저 소홀히 했다는 점에서 기관의 도덕성과 행정 능력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

경찰은 이번 사태와 관련하여 전·현직 선관위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출석 일정을 조율하는 등 수사를 본격화하고 있다. 일부 투표소의 CCTV 영상 등을 확보해 당시 상황을 재구성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