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대(對)이란 비핵화 노력 동참 거부를 공개 비판하며 한미연합훈련 축소를 지시한 가운데, 한국 정부가 그동안 고수해온 '실질적 기여' 입장에서 한 발 더 나아가 호르무즈 해협 자유 항행을 위한 '군사적 기여 방안'을 공식 검토하고 나섰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누적된 불만을 달래고 한미 동맹의 마찰을 수습하기 위한 외교적 조율 과정으로 풀이된다.

트럼프의 이재명 'No thanks' 저격

트럼프 대통령은 하반기 한미 연합연습 '을지 자유의 방패(UFS)' 첫날인 16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최근 한국 대통령에게 이란 비핵화 노력 동참 의향을 물었으나 "사양하겠다(No thanks!)"는 거절 답변을 들었다고 밝히며 노골적으로,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연합훈련 비용의 상당 부분을 미국이 부담하고 있으며, 자신에게 위협적이지 않은 북한에 적대적 신호를 보낸다는 이유를 들어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에게 연합훈련 규모를 대폭 축소하라고 지시했다고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한국이 미국의 이란 비핵화 노력 동참 요청을 거부("사양")한 점을 다시 한번 공개적으로 지적하며, "그렇다면 우리는 왜 한국을 돕는가"라는 취지의 불만을 표출해 안보 청구서 압박을 이어갔다.

청와대 관계자는 17일 이 같은 미국의 압박성 발언 직후, 한반도 대비 태세와 국내법 절차 등의 제반 요인을 감안해 실질적·군사적 기여 방안을 미측과 긴밀히 논의 중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정부 당국자가 호르무즈 사태와 관련해 '군사적 기여' 가능성을 공식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실질적 기여'에서 구체화

그간 정부는 지난 4월 이재명 대통령이 50여 개국 정상회의에서 밝힌 '실질적 기여'라는 포괄적 표현을 유지해 왔으나,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노골적인 불만 표출을 의식해 기여 의지를 구체화한 것으로 해석된다.

군 당국은 미국 측과 협의 하에 해상초계기, 군수지원함, 기뢰탐지장비 등을 포함한 투입 가능 군 자산 리스트를 다각도로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실제 파병 및 군사 자산 투입은 한국군 장병의 안전, 이란전 개입 논란, 외교적 마찰 등의 위험성이 상존하므로 최후의 수단일 수밖에 없다.

아울러 해외파병을 위해서는 국회의 파병동의안 의결과 호르무즈 해협의 안정화 등 엄격한 선제 조건이 충족되어야 하는 상황이다.

UFS 훈련 정상 진행 중

트럼프 대통령의 '연합훈련 대폭 축소 지시' 발언 직후 17일부터 '을지 자유의 방패(UFS)' 본훈련이 돌입했다.

군 당국에 따르면, 아직 미국 측으로부터 공식적인 훈련 축소 관련 실무 지침이나 요구는 접수되지 않았으며, 현재 연합연습은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다.

AP통신과 블룸버그 등 언론과 한국 외교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 위원장에게는 유화적 태도를 취하면서 동맹국인 한국에는 비용 분담과 중동 기여를 강하게 압박하는 '거래주의적 안보관'을 재확인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한미 간 통상 및 방위비 협상 전반에 미칠 파장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