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안보 갈등 속 인공지능(AI)·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급증에 따른 핵심 인프라 방어 고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 핵심 인프라를 사이버 공격과 안보 위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핵심 전력망에 특정 외국산 장비의 유입을 금지하는 비상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사실상 중국산 부품을 겨냥한 이번 조치는 최근 급증하는 첨단 산업의 전력 수요와 맞물려 미·중 기술 패권 경쟁에 또 한 번 큰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AI·데이터센터 시대, 전력망은 곧 안보
트럼프 대통령은 서명을 통해 "첨단 제조업, 데이터 센터, 인공지능(AI), 그리고 국방 생산의 급속한 성장으로 인해 국가의 풍부하고 안정적인 전력 의존도가 그 어느 때부턴가 높아졌다"며, 대용량 전력 시스템에 대한 공격이나 공급 중단이 초래할 파급효과가 막대하다고 경고했다.
외신 및 백악관 발표에 따르면, 이번 조치는 국제 적대 세력이 미국 전력 시스템에 침투해 원격으로 조작할 수 있는 '디지털 백도어(Backdoor)' 등의 취약점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국가 비상사태 선포의 일환이다.
행정명령의 적용 대상은 고압 송전선, 변전소, 발전소 등에 사용되는 대용량 전력 시스템(Bulk-Power System) 장비와 관련 핵심 소프트웨어 및 디지털 제어 장치 등으로, 69kV 이상의 송전선 및 관련 시설이 포함된다. 단, 지역 배전 시설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사실상 '중국산' 겨냥… 과거 첫 임기 정책의 부활 및 강화
비록 행정명령 본문에 특정 국가가 직접 명시되지는 않았으나, 블룸버그와 AFP 등 주요 외신은 이번 조치가 수년간 미국 안보 당국이 우려해 온 중국산 전력 부품을 정조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집계에 따르면 중국은 전 세계 배터리와 태양광 인버터 생산의 약 80%를 점유하고 있다.
태양광 인버터나 대형 변압기 등은 원격 모니터링 및 제어가 가능해 사이버 공격과 악성 원격 조작에 쉽게 노출될 위험이 제기되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말기에도 유사한 행정명령을 내린 바 있으나, 이후 바이든 행정부 시절 보류 및 재검토된 바 있다.
이번 조치는 이를 더욱 강력하게 다듬어 부활시킨 것으로, 무기 금수 조치나 제재 대상 국가, 또는 미국의 이익에 반하는 행위를 하는 국가의 공급망을 원천 차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에너지부 120일 시한 규정 마련
행정명령에 따라 연방 에너지부(DOE)는 향후 120일 이내에 세부 규정을 마련하고, 잠재적 위협이 되는 장비를 식별·격리·보안 조치하거나 필요시 철거·교체하는 기준을 수립해야 한다.
월가와 관련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미국 내 전력 장비 제조업체 및 자국 내에서 인버터를 생산하는 기업들(테슬라, 솔라에지 등)에게는 반사이익이 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반면, 핵심 부품의 급격한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단기적으로는 장비 수급난과 프로젝트 지연 등 부작용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