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만에 성사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평양 방문이 동북아 정세의 새로운 변곡점으로 떠올랐다.
8일 평양에서 열린 북·중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새로운 역사적 출발점’을 선언하며 밀착 의지를 확인했다.
하지만 이 회담을 바라보는 각국의 시각은 복잡하게 얽혀 있다.
북중 정상의 선언: “최고 수준의 전략적 협력”
이번 회담에서 양측은 ‘운명 공동체’로서의 유대를 재확인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국제 정세가 어떻게 변하든 북중 우호는 변치 않을 것”이라며 외교·법 집행·군대 간의 교류 강화를 제안했다. 특히 사회주의 체제 수호와 전략적 환경 보호를 위해 양국이 미래를 함께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의 제안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북중 관계를 ‘국가 제1의 전략 사업’으로 규정하며, “가장 강력하고 전략적인 사회주의 국가 간 관계의 본보기로 발전시키겠다”고 화답했다.
특히 중국의 핵심 이익인 ‘하나의 중국’ 원칙을 강력히 지지하며 사실상 대만 문제에서의 공조 의지를 드러냈다.
중국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미국과의 전략적 경쟁 속에서 북한을 대미 견제의 핵심 카드로 다시 복귀시키려는 의도가 크다.
오랫동안 한반도 비핵화라는 입장을 견지해왔던 중국이 이번 회담에서는 비핵화 이슈를 의제화하기보다는 체제 결속과 군사·경제적 영향력 유지에 방점을 둔 이유다.
북한은 최근 러시아와의 밀착을 통해 대중 의존도를 낮춰왔지만, 다시 중국과의 관계를 격상함으로써 ‘러시아-중국-북한’이라는 삼각 연대를 완성해 안보와 경제적 실리를 동시에 챙기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중국의 묵인 하에 핵개발에도 계속해서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비핵화 언급 실종 우려
이번 회담을 둘러싼 세계 각국의 반응은 자국의 전략적 이익에 따라 뚜렷한 온도 차를 보인다.
미국 및 서방은 이번 회담에서 '비핵화' 관련 언급이 공식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들은 북중 간 군사적 밀착이 대만 문제 및 한반도 긴장 고조로 이어질 가능성을 심각하게 주시하고 있으며, 특히 전문가들은 북중 조약에 기반한 자동 개입 가능성 등을 언급하며 경계감을 높이고 있다.
특히 미국 정부와 언론은 이번 회담을 '비핵화의 실종'과 '신냉전의 심화'라는 관점에서 매우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미국이 느끼는 위기감은 단순한 외교적 우려를 넘어, 동북아시아 전체의 안보 지형이 '미-일-한' 대 '북-중-러'의 대치 구도로 완전히 굳어지고 있다는 데 있다.
미국 정부 관계자들은 시 주석이 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 문제를 공식 의제에서 배제하거나 매우 소극적으로 다룬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는 중국이 더 이상 비핵화의 중재자가 아니라 북한의 체제 생존을 보장하는 보호자 역할로 전환했음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미 국방부(펜타곤)는 북·중 간의 군사적 유대가 강화될 경우,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의 전략적 자산 운용에 제약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유사시 자동 개입 조항(북중 우호협력 상호원조조약)’이 실질적인 군사 훈련이나 정보 공유로 구체화될 가능성을 가장 경계하고 있다.
미 주류 언론들은 이번 회담이 미국의 대중국 포위망을 돌파하려는 전략적 움직임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와 뉴욕타임스(NYT) 등은 “중국이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 김정은이라는 ‘위험한 자산’을 다시 손에 쥐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과거 북한을 부담스러워했던 중국이, 이제는 미국의 대만 정책을 압박하기 위해 북한의 군사적 도발을 묵인하거나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CNN과 외교 전문지 포린어페어스 등은 이번 회담을 ‘북한판 트로이 목마’라고 표현하며, 중국이 북한을 내세워 동북아시아의 안보 지형을 흔들고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중국이 북한에 식량과 에너지를 제공하고, 북한은 중국의 대만 침공 시 미군 전력을 분산시키는 '전략적 양면 압박' 시나리오를 심각하게 다루고 있다.
일본 "고립된 북한이 중국이라는 뒷배 얻어"
일본 언론과 정부 역시 이번 7년 만의 북중 정상회담을 ‘동북아 안보 지형의 중대한 변화’로 규정하며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특히 ‘고립된 북한이 중국이라는 든든한 뒷배를 얻음으로써 얻을 전략적 이득’을 심각하게 우려하는 분위기다.
일본 내에서는 북중 밀착이 '한반도 비핵화'를 더욱 멀어지게 할 것이라는 회의론이 지배적이다. 특히 중국이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하기보다는, 자국의 전략적 이익을 위해 북한의 체제 생존을 지원하는 쪽으로 완전히 돌아섰다고 보고 있다.
일본 안보 전문가들은 시진핑 주석의 방북을 '대만 유사시'를 염두에 둔 포석으로 분석하고 있다. 북한이 중국의 대만 침공이나 압박 시기에 맞춰 한반도에서 긴장을 고조시킴으로써 미국의 관심을 분산시키는 역할을 할 가능성을 가장 경계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북중 회담 직후 한국, 미국과 긴급히 정보를 공유하며 대응책을 마련 중이다. 기시다 총리는 "북한의 군사적 도발 가능성을 주시하고,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력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한국 "동북아 안보 지형, 거대한 변동"
한국 정부는 북중 밀착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미칠 영향과 동북아 안보 구도의 변화를 면밀히 분석 중이다. 특히 이번 회담이 향후 한반도 비핵화 협상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특히 최근 북중 정상회담뿐만 아니라 미중·중러 간의 연쇄적인 정상 외교가 이어지면서,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동북아 안보 지형의 거대한 구조적 변동’이 일어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정부 당국은 북한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그동안 비핵화만을 앞세웠던 기존의 대북 정책만으로는 변화된 안보 현실에서 평화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을 인식, 지금부터라도 현실과 마주하고 정책을 재설계(Policy Redesign)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은 북한의 비핵화가 점점 어려워지고 북중러의 밀착이 깊어지고 있는 변화하는 동북아 정세 속에서 주변국과의 소통을 끊지 않고 유지하는 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한반도 안정이 한국과 중국 모두의 공동 이익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중국 측이 건설적인 역할을 해줄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이번 북중정상회담은 단순히 양국간 전통적 우호를 다지는 것을 넘어, 군사적·전략적 협력의 실질적 내용을 채워가는 과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대러 밀착을 유지하면서도 중국이라는 안전판을 확보한 만큼, 한반도 정세는 향후 더욱 복잡한 셈법 속에 놓이게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