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한 이란의 2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전 이란 최고지도자의 장례식이 사망 4개월 만인 4일(현지시간) 이란 전역에서 시작되었다. 사망 후 126일 만이다.

이란 정부는 이번 행사를 국가 결속과 항전 의지를 다지는 역대 최대 규모의 행사로 기획하고 있으나, 극심한 경제난에 시달리는 이란 국민들의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이란 당국의 '성대한 장례식' 총력전

이란 당국은 이번 장례식을 호메이니 초대 최고지도자와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장례를 넘어서는 역대 최대 규모로 치를 예정이다.

4~5일 테헤란 일반 조문을 시작으로 6일 테헤란 장례 행렬, 7일 곰(Qom) 추모 행사, 9일 고향 마슈하드 안장까지 엿새간 대장정이 이어진다.

당국은 하메네이와 함께 사망한 일가족(딸, 사위, 손녀 등)의 관을 나란히 배치하고 관을 보고 울부짖는 시민들의 모습을 방영하면서 반미·반이스라엘 감정을 극대화하고 있다.

장례식이 시작되는 7월4일이 공교롭게 미국 건국 250주년인 것도 주목을 받고 있다. 독립기념일에 미국에 대한 복수를 다짐하는 장례식을 치르는 것은 강력한 반미, 항전 메시지로 읽히고 있다.

또한, 외신을 선별적으로 초청해 대대적인 선전전을 펼치며 '복수의 외침'을 전 세계에 알리려 하고 있다. 약 600명의 외신 기자들이 초청 받았다.

이란 당국은 이번 장례식의 구호도 '반드시 일어서리라'로 정했다.

후임 최고지도자로 선출된 모즈타바 하메네이의 공개석상 등장 여부가 정권의 건재함을 판가름할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이란 정부는 4∼5일 테헤란에서 열리는 조문 행사에 이란 인구의 20%가 넘는 최대 2천만명이 모일 것으로 예상했다. 3500만명이 모일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엇갈리는 여론: 당국은 '항전', 국민은 '생존'

정부의 총력적인 애도 분위기 조성에도 불구하고, 현지 국민들의 목소리는 당국의 의도와는 정반대다.

치솟는 물가와 가난에 허덕이는 국민들은 수백만 명이 예상되는 이 거대한 행사에 막대한 세금이 투입되는 것에 큰 불만을 품고 있다.

현지 시민들은 공무원, 학생, 심지어 수감자들까지 행사에 참석하도록 강요받고 있으며, 거부할 경우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고 증언했다. 강제 동원 의혹까지 불거지고 있는 것이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하메네이의 사망을 슬퍼하지 않는다", "그저 더 나은 삶을 원할 뿐"이라는 냉소적인 반응이 지배적이다.

세계 언론의 장례식 평가

글로벌 미디어들은 이번 장례식을 정권의 '정치적 생존 전략'이자 '민심 이반의 현장'으로 평가하고 있다.

CNN, NYT 등 미국 언론은 이번 장례식을 정권이 무너진 권위를 회복하기 위한 '필사적인 쇼'로 보고 있다.

특히 미국과의 휴전 상황 속에서 내부의 불만을 외부로 돌리고, 체제 결속을 위해 국민을 동원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이란 국영 언론은 하메네이를 순교자로 추대하며 장례식을 국가적 신성한 의무로 포장하고 있다.

"역사상 가장 중대한 장면"이라며 대규모 참여를 독려하고 정권의 적들을 향한 경고 메시지를 반복하고 있다.

중동 및 유럽 언론들은 이란 정권의 내부 균열에 주목하고 있다. 모즈타바 하메네이의 불확실한 거취와 강경파 혁명수비대 인물들이 전면에 나선 것을 두고, 향후 이란 내부 권력 투쟁이 격화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장례식이 이란 정권이 대내외적으로 직면한 '정당성 위기'를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라고 지적한다.

외형적으로는 화려하고 거대한 애도 행렬이 연출되겠지만, 그 이면에는 경제적 파탄과 민주주의에 대한 갈망, 그리고 정권의 강압적 통제에 지친 국민들의 깊은 피로감이 자리 잡고 있다.

이번 엿새간의 장례식은 이란의 미래가 '정권의 결속'으로 향할지, 아니면 '민심의 폭발'로 이어질지를 결정짓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