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와 여당 일각에서 반세기 넘게 국시(國是)로 삼아온 '비핵 3원칙(핵무기를 보유·제조·반입하지 않는다)'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연일 커지고 있다.
최근 중국의 SLBM 발사 등 일본을 둘러싼 동북아 안보 지형이 급격히 악화하면서, 미국의 확장억지력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극단적인 현실론이 부상하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일본 정부가 중국의 군사력 팽창을 억제하기 위해 실질적이고 다층적인 외교 전략을 고민하기보다는, '핵(미국의 핵우산)'이라는 가장 강력하지만 위험한 카드만 흔들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급격한 군사력 팽창과 공세적인 외교 전략은 동북아 안보 지형에서 가장 핵심적인 변수다.
단순히 일본의 '핵 논의'라는 대응 방안을 비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중국의 위협을 어떻게 관리하고 억제할 것인가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일본 방위상 "핵정책, 금기 없이 논의해야"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방위상은 최근 인터넷 방송 '겐론 테레비'에 출연해 핵 정책에 대해 "논의하기 어려운 과제이지만,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라며, "위기감을 갖고 모든 정책을 금기 없이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일본 현직 각료로서 비핵 3원칙 재검토의 필요성을 강하게 시사한 이례적인 발언으로 평가받고 있다.
일본 정계의 현실론과 '핵 공유' 논의
이미 일본 정계 내에서는 현실적인 안보 대책으로 '핵 공유'가 꾸준히 거론되어 왔다.
일본유신회는 정부에 제출한 3대 안보 문서 개정 제언을 통해 '핵무기 반입 금지 원칙'의 재검토를 명시적으로 요구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과거 총리 취임 전부터 유사시 핵 탑재 미국 함정의 기항 허용 등을 주장하며 재검토 필요성을 피력한 바 있다.
현재는 대외적 여론을 의식해 원론적 답변을 유지하고 있으나, 내부적으로는 정책 반영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된다.
다카에치가 '정치적 스승'으로 여기는 아베 전 총리는 퇴임 후인 2022년 나토(NATO)식 핵 공유 논의를 공개적으로 주장하며 이 논란의 단초를 제공했다.
국내외 강력한 반발 불가피
일본의 핵 관련 금기 해제 움직임은 거대한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아사히신문 조사에 따르면, 일본 국민의 75%가 비핵 3원칙 유지를 지지하고 있다. '세계 유일의 피폭국'이라는 상징성과 원폭 피해자 단체의 강력한 반발은 정부에 큰 정치적 부담이 될 전망이다.
중국 등 주변국은 일본의 핵 논의를 매우 위협적인 움직임으로 간주하고 있다.
실제로 핵 재검토가 공론화될 경우, 현재 이미 경색된 중일 관계는 더욱 악화할 것이며 동북아시아의 핵 도미노 현상을 자극할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일본 정부는 연내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앞두고 있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겉으로는 신중함을 유지하면서도, 문서 개정 과정에서 미국과의 '핵 확장억제' 협력을 강화하는 형태로 슬며시 재검토의 근거를 마련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일본이 나토식 핵 공유 모델을 도입할 경우, 이는 기존 동북아 안보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사건이 될 것이며, 주변국의 군비 경쟁을 가속화할 촉매제가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