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민의 신분을 도용해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미국에 불법 체류하며 여권 발급, 운전면허 취득은 물론 연방 선거에서까지 불법 투표를 해온 콜롬비아 국적 남성이 결국 연방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최근 비시민권자의 불법 선거 참여에 대한 연방정부의 단속이 대폭 강화된 가운데 터져 나온 대표적인 사건으로 큰 파장을 낳고 있다.

20년간 이어진 신분 도용과 불법 선거 참여

국토안보부(DHS)는 콜롬비아 국적의 카를로스 펠리페 하라미요-그라할레스(Carlos Felipe Jaramillo-Grajales)가 지난 12일 연방법원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고 14일 공식 발표했다.

하라미요-그라할레스는 미국 시민의 이름, 생년월일, 소셜시큐리티번호(SSN)를 무단으로 도용해 여권을 발급받았으며, 이를 이용해 자신을 미국 시민권자로 속이고 플로리다주 운전면허증을 취득하고 유권자 등록까지 마쳤다.

그는 도용한 신분을 바탕으로 여러 차례 선거에서 투표를 행사했으며, 이 가운데는 2020년 대통령 선거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다만 당국은 그가 불법 투표를 시작한 정확한 시점과 구체적인 횟수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민 사기와 결혼 통해 위장 신분 유지

그는 지난 2003년 방문비자로 미국에 입국한 콜롬비아 국적 여성과 미국 시민권자 신분으로 결혼했다. 이 여성은 시민권자의 배우자 자격으로 귀화해 2017년 시민권까지 취득했다.

두 사람은 2020년 이혼한 뒤 하라미요-그라할레스는 콜롬비아로 돌아갔으나, 전 부인은 이번에는 그의 실제 신분으로 약혼자 비자를 신청했다.

비자가 승인되자 그는 실제 이름으로 미국에 재입국했고, 두 사람은 지난해 6월 재혼한 뒤 시민권자 배우자와의 결혼을 근거로 영주권까지 신청했다.

영주권 심사 과정서 덜미 잡혀

20년 넘게 은밀하게 이어져 온 그의 방대한 신분 도용 행각은 영주권 심사 및 수사 과정에서 낱낱이 드러났다.

결국 그는 미국 여권 신청서 허위 진술, 가중 신분 도용, SSN 허위 사용, 미국 시민권 허위 주장 등의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

DHS는 그가 처음 미국에 불법 입국한 시기와 장소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으며, 하라미요-그라할레스는 3년의 형기를 모두 마친 뒤 본국으로 추방될 예정이다.

이번 사건은 연방정부가 비시민권자의 선거권 침해 및 불법 투표 단속을 강력하게 강화하는 시점에 발표되었다. DHS가 공개한 최근 유사 단속 사례는 다음과 같다.

뉴저지주 (지난달): 2022년 연방 선거에서 불법 투표를 한 슬로바키아 국적자가 체포되었다.

루이지애나주: 2022년과 2024년 선거에서 불법 투표를 거듭한 호주 국적자가 체포되었다.

캔자스주 (지난 4월): 자신을 미국 시민권자로 속이고 여러 차례 불법 투표를 한 멕시코 국적자가 유죄 판결을 받았다.

기타 사례 (지난 3월): 2008년부터 7차례에 걸쳐 연방 선거에서 불법 투표를 한 혐의로 모리타니 국적자가 이민세관단속국(ICE)에 체포되었다.

당국은 외국 국적자의 불법 선거 개입과 신분 도용 범죄에 대해 무관용 원칙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