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주 남부의 대도시 샌디에이고 시의회 회의장에 영화 <스타워즈>의 대표적 악당 '다스베이더' 복장을 한 남성이 난데없이 등장해 사생활 침해 논란이 일고 있는 자동 차량 번호판 인식(ALPR) 카메라 도입을 강력하게 풍자하고 나섰다.
'다스베이더'의 이색 시의회 항의 소동
지난 20일, 샌디에이고 시의회 공공안전 관련 위원회 회의장.
검은색 헬멧과 가면, 망토를 걸치고 등장한 한 남성은 주민 의견 공개 발언 시간에 '다스베이더'라는 이름으로 호명되자 단상에 올랐다.
그는 영화 속 다스베이더 특유의 묵직하고 쉰 숨소리까지 흉내 내며 발언을 시작해 시의원들과 방청객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다스베이더 착장 시민은 "좋다, 아주 훌륭하다. 황제 폐하께서 원하시던 게 바로 이거다. 이 기술이야말로 우리에게 반드시 필요한 힘"이라며 "이 기술이라면 반란군 놈들과 호스 행성에 숨겨진 비밀 기지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X-윙을 타고 우주를 누비는 루크 스카이워커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ALPR 카메라 도입에 찬사를 보냈다.
그는 겉으로는 범죄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플록 카메라(Flock Safety Cameras)' 시스템을 지지하는 척 연기했으나, 실상은 이 기술이 정부와 당국이 시민들은 물론 아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빅 브라더'의 도구로 악용될 수 있음을 꼬집었다.
그는 "이것은 나에게도 필요한 힘"이라며 "내가 전 여친을 스토킹할 수 있게 됐다"고 비꼬았다.
'플록 카메라'란 무엇인가?
플록 카메라는 주요 도로와 골목길에 설치되어 지나가는 모든 차량의 번호판을 자동으로 촬영하고 판독·기록하는 시스템이다.
실종자 수색, 수배 차량 추적, 연쇄 절도범 검거 등 경찰의 치안 및 수사 효율을 극적으로 높여준다는 평가를 받아 전국 각지에서 도입이 늘고 있다.
반면, 시민의 이동 경로와 프라이버시가 무차별적으로 수집·저장되면서 심각한 사생활 침해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시민 반발로 카메라 계약 무더기 취소
감시 카메라 확산에 반대하는 시민단체 '디플록(DeFlock)'에 따르면, 주민들의 반발과 우려에 부딪혀 올해 들어서만 미 전국 50곳이 넘는 관할 기관이나 지자체가 플록 카메라 관련 계약을 취소, 중단 또는 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워싱턴포스트> 등 주요 언론 보도에 따르면, 최근 전국적으로 경찰관들이 이 차량 번호판 인식 시스템을 공적인 수사 목적이 아니라 전·현직 연인, 배우자, 가족 등 사적인 대상을 추적하는 데 무단으로 악용한 혐의로 기소되거나 조사를 받은 사례가 약 50건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나 큰 충격을 주었다.
치안 강화와 시민의 프라이버시 보호라는 양립할 수 없는 가치 사이에서 샌디에이고 시의회 역시 플록 카메라 도입을 두고 거센 공방을 이어가고 있으며, 이번 다스베이더의 풍자 시위는 제도 도입을 밀어붙이는 시 당국에 큰 정치적 부담을 안길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