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시 주택국(HACLA)이 영어가 서툰 저소득층 주민들에게 의무적인 통역·번역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아 주거 지원권을 침해했다는 집단 소송이 제기되어 파장이 일고 있다.
특히 이번 소송에는 50대 한인 여성 주현심 씨와 한인 권익 단체인 '민족학교(KRC)'가 원고로 참여해 이목이 집중된다.
딸을 통역사로 데려오라?
지난달 29일, LA 법률구조재단(LAFLA)을 비롯한 법률 대리인단은 LA시 주택국과 루르데스 카스트로 라미레즈 CEO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주 씨는 섹션8(저소득층 주거 보조금) 신청 과정에서 한국어 통역을 요청했으나, 주택국 측으로부터 오히려 "중학생 딸을 통역사로 데려오라"는 무책임한 답변을 들었다.
통역 지원이 없어 지인에게 도움을 구해야 했고, 이 과정에서 가정폭력 피해 사실 등 민감한 개인정보가 제3자에게 노출되었다.
또한 소득 관련 서류의 단순 착오를 정정할 기회조차 제대로 받지 못한 채 허위 서류 제출 경고까지 받아, 결국 바우처를 포기해야 했다.
언어 소수계 주민 차별
이번 소송은 단순히 개인의 불편함을 넘어, 주택국의 행정 시스템이 구조적으로 언어 소수계 주민들을 차별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원고로 참여한 민족학교는 그동안 주택국의 언어 지원 부재로 인해 발생하는 한인들의 통역·번역 문제를 사실상 도맡아 처리해 왔으며, 이것이 공적 기관의 책무 방기라고 비판했다.
린다 박 변호사는 "주택국 자체 규정에는 전문 통역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되어 있지만, 현장에서는 자녀나 지인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행태가 만연해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어 역시 주택국 기준상 주요 문서 번역이 제공되어야 하는 '기준 언어'임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는 것이 원고 측의 주장이다.
소송이 제기되자 LA시 주택국 측은 "진행 중인 소송에 대해서는 논평을 자제하겠다"면서도, 지난달 언어 접근 정책을 개정해 모든 언어에 대한 무료 통역 서비스와 주요 문서 번역을 강화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번 재판의 핵심은 주택국이 '자체 정책을 얼마나 실질적으로 현장에서 이행했느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소송 결과에 따라 LA시 공공기관들의 전반적인 '언어 접근성(Language Access)' 정책이 전면 재검토될 가능성이 높다.
한인 사회를 비롯한 다민족 커뮤니티에서는 이번 소송이 공공 서비스의 기본권을 찾는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