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감원으로 대형 게임회사에서 하루아침에 해고된 한인 여성 직원이 K뷰티 스타트업을 창업해 제2의 인생을 열어가며 언론의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안정적인 대기업 디렉터 자리에서 밀려난 아픔을 딛고 AI 기술을 접목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성공적인 커리어 전환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엑스박스 8년 근속 디렉터에서 스타트업 창업자로

IT 전문매체 긱와이어는 지난 28일 엑스박스(Xbox)에서 8년간 근무한 한인 애그니스 김(Agnes Kim) 씨가 최근 한국식 스킨케어 스타트업 '비아진(ViaJiin)'을 창업했다고 소개했다.

김씨는 소니픽처스와 딜로이트를 거쳐 2018년 마이크로소프트(MS)에 입사했으며, 엑스박스의 아시아 시장 확대를 담당하는 디렉터 자리까지 올랐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가 2023년부터 약 6개월 간격으로 감원을 반복하면서 회의적인 분위기가 조성되었고, 언제 다시 닥칠지 모르는 상황에서 더 이상 대기업의 안정성에 미래를 맡길 수 없다고 판단한 그는 지난해 말부터 창업을 고민해 올해 3월 비아진 법인을 설립했다.

특히 지난달 엑스박스에서 1600명이 해고되는 대규모 감원 대상에 김씨도 포함되었으나, 그는 이미 철저한 시장조사 등을 거쳐 비아진 출범을 위한 기반을 상당 부분 마련해 둔 상태였다.

AI 기술 적극 활용한 K뷰티 큐레이션 플랫폼 '비아진'

사업 아이템으로 K뷰티를 선택한 데는 어린 시절 한국에서 보낸 경험이 큰 영향을 미쳤다.

미국에서 태어난 그는 8~15세 때 한국에서 생활하며 어머니의 꾸준한 피부관리 습관을 지켜보고 자연스럽게 스킨케어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비아진은 수많은 K뷰티 제품 가운데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하는 미국 소비자를 정조준한다.

온라인 피부 진단을 통해 클렌저·토너·세럼·크림 등 네 가지 제품을 추천하고, 대형 유통업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유명 브랜드 대신 한국의 소규모 부티크 브랜드 제품을 선별해 제공한다.

주목할 점은 인공지능(AI) 기술의 적극적인 활용이다.

공동창업자나 개발자를 두는 대신 챗지피티(ChatGPT)와 클로드 등을 활용해 사업 전략을 세우고 웹사이트와 피부 진단 시스템까지 직접 구축했다.

다만 식품의약국(FDA) 라벨 규정과 통관, 성분 검증 등의 까다로운 실무는 직접 발로 뛰며 챙기고 있다.

현재 비아진은 온라인 판매와 지역 프로모션을 병행하고 있으며, 김씨가 거주하는 워싱턴주 렌턴의 K뷰티 매장에도 입점하며 오프라인 접점을 넓히고 있다.

김씨는 긱와이어와의 인터뷰에서 "대기업에서는 확실한 구조가 있었지만 지금은 모든 것을 직접 결정해야 한다"면서도 "내가 어릴 때 꿈꾸던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앞으로 비아진을 미국 전역에서 통하는 K뷰티 브랜드로 성장시키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