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 해군력의 급격한 증강을 위해 한국 조선업과의 협력을 넘어 '미국 밖에서의 함정 구매' 가능성까지 열어두는 파격적인 발언을 했다.

이는 노후화된 미 해군 함대를 신속히 현대화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절박함이 반영된 것으로, 한미 방산 협력의 새로운 국면을 예고하고 있다.

트럼프 '속도전' 요청… "한국 조선 역량 주목"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열린 '국방혁신서밋'에서 "우리는 함정이 많이 필요하다. 노후화된 함정을 대체하기 위해 한국과 다른 지역 기업들을 살펴볼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G7 정상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군함 10척의 신속 건조를 요청했던 것과 맞물려, 미국 내부 생산 능력의 한계를 해외, 특히 세계 최고 수준의 건조 속도를 자랑하는 한국 조선업으로 보완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현재 미국은 '번스-톨레프슨법(1933년 제정)'에 따라 해군 함정의 외국 건조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향후 행정적 권한을 통해 이를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조치를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화 필리조선소 CEO "한국은 일주일 1척 건조 능력"

행사에는 마이클 쿨터 한화디펜스USA CEO가 참석해 트럼프 대통령의 방산 혁신 의지에 힘을 실었다.

쿨터 CEO는 한국 조선소의 '일주일 1척 건조' 능력을 언급하며, 이 역량을 필라델피아(필리조선소)로 이전해 미 국토 방어용 레이더 함정을 건조하겠다는 계획을 재확인했다.

한미 양국은 이미 1,500억 달러 규모의 조선 협력을 포함한 대규모 투자에 합의했으며, 오는 23일 워싱턴DC에 '한미조선협력센터'가 개소하며 협력 체계가 본격화될 예정이다.

미 언론 및 군사 전문가 분석

워싱턴 포스트 등 미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에 대규모 일자리를 창출하려는 정치적 계산과, 이란과의 전쟁 후 무기 비축 속도에 대한 실무적 답답함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했다.

군사 전문지 디펜스 뉴스는 "미국 조선업이 수십 년간 축소되면서 군의 요구량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한국은 가장 확실한 솔루션"이라며 "함정의 한국 건조는 선택이 아닌 필수적 대안으로 부상 중"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미 조선업계의 반발과 기존 법안을 무력화해야 하는 정치적 과정이 남아있다. 특히 의회 내 보호무역주의자들을 어떻게 설득할지가 최대 관건이다.

오는 23일 개소하는 한미조선협력센터가 구체적인 함정 건조 프로세스와 기술 이전 범위, 법적 예외 조항 등을 어떻게 조율할지가 핵심 로드맵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제너럴다이내믹스 등 미 주요 방산 기업들에게 '더 빠른 생산'을 독촉한 것은, 단순한 협력을 넘어 동맹국들을 포함한 글로벌 공급망을 강제로 재편하겠다는 신호탄으로 읽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