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 시상식 '그래미 어워즈'가 신설한 '최우수 아시안 팝 뮤직 퍼포먼스' 부문을 두고 거센 역풍이 부는 가운데, 유럽 주요 언론들도 일제히 그래미의 처사를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방탄소년단(BTS)의 보이콧 선언으로 촉발된 이번 논란은 글로벌 음악계 전체의 인종차별 및 차별적 분류 체계에 대한 성찰로 확산하고 있다.
유럽 언론들의 그래미 비판
프랑스 일간지 르피가로는 그래미의 '아시안 팝' 부문 신설을 두고 "폄훼이자 인종차별"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신문은 문화부 소속 사회학자의 분석을 인용해 "모두 유럽인이 만들었다고 해서 프랑스 음악과 독일·스페인 음악을 똑같다고 주장하는 꼴"이라며, 한국 가수들이 주요 부문에서 상을 휩쓸 것을 두려워한 아시아 소프트파워 견제가 진짜 목적이라고 꼬집었다.
스페인 엘파이스는 라틴 부문 신설 사례와 비교하며, 비영미권 아티스트를 지역 및 언어 중심의 부차적인 하위 부문으로 격리할 경우 북미·영국 가수들이 강세를 보이는 본상과의 거리가 오히려 더 멀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영국 가디언은 아시아 음악이 결코 새로운 장르가 아님을 강조하며, 그래미의 편협한 분류에 맞선 BTS의 보이콧 선언을 "용기 있는 결정"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음악은 지역이나 언어로 구분될 수 없다" BTS의 보이콧 선언
앞서 BTS 멤버 전원은 지난달 29일 SNS를 통해 "음악이 지역이나 언어의 경계를 넘어 그 자체로 사랑받기를 바란다"며 제69회 그래미 어워즈에 정규 5집 《ARIRANG》 등을 비롯해 일체 음악을 출품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K팝 등 아시아 대중음악이 글로벌 시장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래미가 별도의 '아시안 팝' 틀에 가두어 '올해의 앨범' 등 주요 본상 경쟁으로부터 자연스럽게 배제하려는 꼼수를 부린다는 비판이 팬들과 음악계 전반에서 쏟아졌다.
레코딩 아카데미, '재검토' 시사
BTS의 보이콧과 전 세계적인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그래미 어워즈를 주관하는 미 레코딩 아카데미의 하비 메이슨 주니어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14일 공식 성명을 발표했다.
메이슨 주니어 CEO는 "우리 의도와 무관하게 일부 아티스트들이 해당 부문이 자신들의 음악을 대변하지 못한다고 느낀다는 점이 분명해졌다"며, "음악인으로서 이 점을 매우 무겁게 받아들이고 신속하게 개선 방안을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레코딩 아카데미 측은 하이브를 비롯한 아시아 각국의 레이블 및 음악 관계자들과 연달아 접촉하며 의견을 수습하고 있으나, 이미 출품 마감 일정이 임박한 내년 초 시상식에서 해당 부문이 전면 폐지되기는 어렵고 향후 운영 방식 개편 여부가 주된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