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중증 자폐 아들을 홀로 키우며 세상에 따뜻한 부정을 전달한 이른바 ‘피터팬 아빠’ 전경철 씨가 간암 투병 끝에 향년 63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영원한 아이’ 아들 제원 씨를 향한 헌신… 세상 떠나기 전까지 이어진 사랑

6일 정유진 발달장애지원전문가포럼 대표에 따르면, 전 씨는 전날 오후 7시 56분쯤 세상을 떠났다.

장례는 고인의 뜻에 따라 빈소 없이 치러진다.

전 씨는 발달연령이 두 살 정도에 머물러 있는 아들 제원 씨를 26년간 홀로 키워왔다.

그는 영원히 어른이 되지 않는 동화 속 인물에 비유해 아들을 ‘피터팬’이라고 불렀다.

전씨는 지난해 4월 간암 말기 진단과 함께 6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

이후 전 씨가 가장 먼저 걱정한 것은 죽음에 대한 공포가 아닌, 자신이 떠난 뒤 홀로 남을 아들이었다.

그는 치료를 미룬 채 아들이 생활할 수 있는 곳을 찾아 전국의 장애인 거주시설과 복지기관 1000여 곳에 문을 두드렸으나 번번이 거절당했다.

전 씨는 아들의 거처를 찾는 과정을 콘텐츠 플랫폼 '브런치'에 기록했고, 그의 사연은 지난 3월 MBC ‘실화탐사대’를 통해 알려지며 수천 건의 응원 댓글과 8,000만 원 상당의 후원으로 이어졌다.

브런치 연재 글은 에세이 ‘안녕, 피터팬’으로 출간되었고, 시민들의 관심과 도움 속에 제원 씨는 최중증 발달장애인을 위한 공동체 마을에서 생활할 수 있게 됐다.

‘유퀴즈’ 출연부터 ‘피터팬 자폐인 복지재단’ 설립 추진까지… 마지막까지 이어진 발달장애인 향한 염원

전 씨는 지난달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세상 모든 사람이 나를 외면하는 줄 알았는데 ‘그래도 선한 이웃이 많아요’ 이런 말을 경험했다”며 “놀랍도록 따뜻했다. 거의 현실로 느껴지지 않았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러면서 아들을 향해 “아빠라는 존재는 깨끗하게 잊고 네 행복만을 위해 살라고 하고 싶은데 솔직하지 않은 심정”이라며 “떠올리면 문득 그립기는 하다 정도로 기억하면 좋겠다”는 무한한 사랑을 드러냈다.

당초 의료진이 예상한 시간보다 약 1년을 더 살았던 전 씨는 그 기간 동안 출판에 그치지 않고 아들과 같은 성인 중증 자폐인을 돕기 위한 ‘피터팬 자폐인 복지재단’ 설립을 추진해 왔다.

지난달 25일에는 재단 설립 추진위가 출범했다는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재단 설립위 구성이 확정된 만큼 고인의 별세 이후에도 추진위원들이 재단 설립 관련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유퀴즈’ 제작진은 이날 전 씨의 부고 소식을 전하며 “마지막까지 발달장애들이 더 나은 세상에서 살아가지길 꿈꾸셨다”며 “유퀴즈에서 작가님의 바람을 전할 수 있어서 감사했다. 남겨주신 그 마음을 오래 기억하겠다”고 추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