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 최고 권위의 테니스 메이저 대회 ‘US오픈’이 경기 본질을 흐리는 일부 관중들의 도를 넘은 돌발 행동과 매너 실종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선수들의 집중력을 흐트러뜨리는 SNS용 무개념 촬영에 이어, 경기 도중 코트에 퍼진 마리화나 냄새 때문에 세계 랭킹 1위 선수가 경기를 중단하는 사상 초유의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좋아요’에 눈이 먼 인플루언서들의 무개념 플래시·조명 테러

논란의 불씨는 스타 선수 나오미 오사카의 1회전 경기 도중 지펴졌다.

코트 옆 스위트룸에 자리 잡은 일부 관중들이 경기가 한창 진행되는 긴박한 순간에도 밝은 조명과 플래시를 켜고 민폐 영상 촬영을 강행해 경기를 직접적으로 방해했다.

결국 주심이 직접 경기를 멈추고 제지에 나서는 소동이 빚어졌다.

해당 장면이 담긴 영상이 온라인을 통해 빠르게 확산되면서, 스포츠 관람 예절을 무시하는 인플루언서들의 태도에 대한 비판 여론이 들끓으며 소셜미디어 역풍을 맞고 있다.

나오미 오사카는 경기 후 콘텐츠 제작자들이 새로운 팬 유입에 기여하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관중이라면 최소한 스포츠와 선수에 대한 존중을 보여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또 다른 스타 코코 고프 역시 인플루언서를 초청하는 마케팅 업체들이 사전에 엄격한 관람 예절을 교육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올해 전미테니스협회(USTA)가 공식 출입증을 발급한 콘텐츠 제작자는 지난해 54명에서 약 100명으로 대폭 늘어난 상태다.

세계 1위 사발렌카를 멈춰 세운 ‘코트 위 마리화나 냄새’

촬영 매너 논란에 이어 더욱 황당한 사건은 세계 랭킹 1위 아리나 사발렌카의 경기 도중 터져 나왔다.

지난 4일 경기 중 사발렌카는 코트 위에서 갑자기 이상한 냄새를 감지하고 경기를 멈춘 뒤 주심에게 다가가 관중석 쪽에서 마리화나(대마초) 냄새가 진동한다고 공식 항의했다.

사발렌카는 경기 후 인터뷰를 통해 "관중들이 사생활 속에서 무엇을 하든 개인의 자유지만, 적어도 선수들이 온 힘을 쏟고 있는 테니스 코트 주변에서는 마리화나를 피우지 말아 달라"며 당혹스러움과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뉴욕주 등 일부 지역에서 기호용 대마초 합법화가 이루어진 점이 대형 스포츠 경기장 내 민폐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USTA의 비상 조치 및 '무관용' 경고

잇따른 소란과 선수들의 공개적인 불만이 터져 나오자, US오픈 주최 측인 USTA는 즉각 진화와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나섰다.

USTA는 경기장 전 구역에 관람 예절 안내판을 추가 설치하고, 관중석 내 강력한 조명(링라이트) 사용 및 무분별한 플래시 촬영을 엄격히 금지한다고 공지했다.

특히 문제가 되었던 VIP 스위트룸과 관중석을 대상으로 모니터링을 대폭 강화하여, 경기를 고의로 방해하거나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가 적발될 경우 즉시 퇴장 조치 등 강력한 제재를 가하겠다고 경고했다.

스포츠의 순수한 열기 대신 'SNS 과시용 무대'와 '대마 냄새'로 얼룩진 이번 US오픈은, 거대 상업 자본과 인플루언서 문화가 전통 스포츠의 품격을 어떻게 해치고 있는지 보여주는 씁쓸한 뒷모습을 남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