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이후 정부가 공공 정보시스템의 재해복구 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핵심 시스템 상당수의 구축 작업이 아직 설계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경제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의 재해복구 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2,523억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그러나 핵심 사업 가운데 상당수가 실제 구축에 들어가지 못하고 설계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발생한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는 정부 전산망의 취약한 재해복구 체계를 드러낸 사건이었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당시 대전센터가 운영하던 709개 정보시스템 가운데 재해복구 체계를 갖춘 시스템은 54개, 전체의 7.6%에 불과했다.
실제 복구 과정에서 활용된 시스템은 7개에 그쳤다. 이 때문에 장애가 발생한 행정 시스템을 복구하는 데 장기간이 소요됐고 일부 시스템은 정상적으로 복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정부는 이후 재해복구 체계를 개별 기관이 각각 관리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행정안전부가 중심이 돼 핵심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방식으로 강화하기로 했다.
전체 공공 정보시스템 약 1만5,033개 가운데 우선적으로 230개 핵심 시스템을 대상으로 재해복구 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이 가운데 국민 생활과 직접 연결되는 국가 핵심 시스템인 A1 등급 시스템에는 이중화 수준이 높은 ‘액티브-액티브’ 방식이 적용된다.
액티브-액티브 방식은 두 개 이상의 시스템을 동시에 운영하다가 한쪽에 문제가 발생하면 다른 시스템이 즉시 서비스를 이어받는 구조다.
정부는 A1 시스템의 경우 장애 발생 후 1시간 이내 복구를 목표로 하고 있다. A2 등급 시스템에는 액티브-스탠바이 방식 등을 적용해 12시간 이내 복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문제는 구축 속도다.
정부는 올해 관련 예산으로 2,523억원을 편성했지만 핵심 사업 13개 가운데 상당수가 아직 설계 단계에 머물러 있다.
내년에는 2,715억원을 투입해 40개 시스템의 재해복구 체계를 구축할 예정이지만, 2030년까지 남은 핵심 시스템을 모두 구축하려면 연간 약 55개 시스템의 작업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계획대로라면 2030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향후 사업 속도를 크게 높여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인공지능과 클라우드 서비스 확산으로 정부가 관리해야 하는 데이터와 시스템 규모가 계속 커지고 있어 재해복구 인프라의 중요성도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해 화재가 보여준 것처럼 하나의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한 대형 사고가 주민등록, 민원, 행정서비스 등 국민 생활과 직접 연결된 서비스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재해복구 시스템 구축을 얼마나 빠르게 진행하느냐가 향후 공공서비스의 안정성과 직결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