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수도권에 남아 있는 중앙행정기관 등 44곳을 2027년부터 2031년까지 세종시로 단계적으로 이전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전 대상 공무원은 정원 기준 9,929명으로, 금융위원회와 법무부를 비롯한 주요 기관의 이동이 본격화하면 세종의 행정 기능이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행정안전부는 10월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차 중앙행정기관 이전 세부계획을 발표했다. 계획에 따르면 이전 대상 44개 기관 가운데 27개 기관, 약 2,995명은 2027년부터 세종시의 민간 임차 공간을 활용해 먼저 이전한다. 나머지 17개 기관, 약 6,934명은 업무 특성상 독립된 청사가 필요해 건물을 새로 지은 뒤 2031년까지 순차적으로 옮길 예정이다.

내년 우선 이전 대상에는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원자력안전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 국가교육위원회, 재외동포청 등이 포함됐다. 하반기에는 금융위원회를 비롯한 추가 기관의 이전도 추진된다. 법무부와 성평등가족부는 관련 법률 개정 상황에 따라 구체적인 이전 시기를 정할 방침이다.

청사를 새로 지어야 하는 기관에는 감사원과 경찰청, 공소청, 중대범죄수사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이 포함됐다. 외교부와 통일부, 국방부 등 외교·안보 부처도 이전 대상에 들어갔다. 이들 기관은 업무의 보안성과 독립성, 기존 법률상 제한 등을 고려해 청사 건립과 법 개정 절차를 거쳐 이전하게 된다.

정부는 신규 청사 건립에 약 3조1,000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2027년 임차 청사를 활용하는 기관들의 이전 비용과 공무원 이주지원비 등으로는 약 897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사비와 초기 이주지원비를 지원하고, 주택 마련이나 자녀의 학기 일정 때문에 즉시 이주하기 어려운 공무원에게는 한시적인 교통 지원 방안도 검토한다.

이번 계획은 수도권에 집중된 행정 기능을 분산하고 지역 균형발전을 추진한다는 취지다. 정부는 세종 이전이 행정기관 간 협업과 정책 집행의 효율성을 높이고, 수도권에 집중된 인구와 경제활동을 분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실제 이전이 계획대로 진행되려면 청사 확보뿐 아니라 주거, 교통, 교육, 의료 등 정주 여건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 기관이 이전하더라도 직원과 가족들이 수도권에 계속 거주한다면 지역 인구와 소비를 늘리는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 이전 대상 기관의 업무 공백을 줄이고, 서울에 남는 기관과의 협업 체계를 어떻게 유지할지도 과제로 꼽힌다.

정부는 관련 법 개정과 예산 확보를 추진하면서 기관별 이전 일정을 구체화할 예정이다. 이번 계획이 행정수도 기능 강화와 지역 균형발전으로 이어질지는 실제 이전 속도와 세종의 생활·교통 기반 확충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