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조 원 규모의 초대형 프로젝트인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의 핵심 변수로 '전력 공급'이 떠올랐다.
전문가들은 재생에너지만으로는 클러스터 가동에 필요한 6.3GW 규모의 전력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진단하며, 신규 원전 건설을 통한 안정적인 전력망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대규모 전력 수요, 재생에너지로 충분할까?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가 필요로 하는 6.3GW는 대형 원전 4~5기가 쉼 없이 가동되어야 생산 가능한 막대한 양이다.
정부는 서남권의 지리적 강점을 살려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에너지 업계의 시각은 다르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이론상 재생에너지만으로도 전력 수급은 가능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초대형 발전소와 배터리(ESS) 설치에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요된다"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외부에서 끌어오긴 어렵다
지역 내 자체 공급이 어려울 경우 외부에서 전력을 끌어와야 하지만, 이 또한 쉽지 않다.
영남권 등 타 지역 발전소에서 전기를 공급받기 위해서는 송전망 건설이 필수적이나, 현재 주민들의 전자파 우려와 지자체의 인허가 지연으로 상당수의 사업이 좌초되거나 미뤄지고 있다.
실제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포함된 54개 송전망 사업 중 20개가 주민 반대로 난항을 겪고 있다.
산업계 "원전 확대와 전력 안정화" 요구
안정적인 전력 수급이 기업 생존과 직결되는 만큼, 산업계는 정부에 직접적인 메시지를 던졌다.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최근 공식 석상에서 "재생에너지의 한계를 보완할 원전 확대와 PPA(전력구매계약)를 적극 추진해달라"고 정부에 공개적으로 요청했다.
'전력 크레바스' 우려… 속도전이 관건
정부와 산업계의 고민은 시간이다.
통상적으로 신규 원전 건설에는 부지 선정부터 준공까지 최소 7년 7개월에서 10년 이상이 소요된다.
서남권 반도체 산단 완공 시점에 맞춰 원전 전력이 공급되지 않을 경우, 공장 가동이 멈추는 '전력 크레바스(전력 부족 구간)'가 발생할 위험이 크다.
전문가들은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신규 원전 확대안을 반영하는 것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며 "부지 선정 및 인허가 절차를 단축하는 범정부 차원의 '패스트트랙' 도입이 반도체 클러스터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신규 원전 건설 공식 검토
정부 역시 재생에너지(태양광·풍력)만으로는 반도체 공장이 요구하는 24시간 안정적인 전력 품질(전압·주파수 유지)을 맞추기 어렵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신규 원전 건설을 포함한 전원 믹스를 종합적으로 검토 중이다.
정부는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에 필요한 막대한 전력(6.3GW)을 적기에 공급하기 위해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원자력 발전 확대 방안을 포함할 방침이다.
통상 9~10년이 소요되는 원전 건설 기간을 단축하기 위한 방안도 함께 논의되고 있어, 클러스터 완공 시점에 맞춰 전력을 공급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현재 호남권에 '한빛원전'이 있지만, 시설 노후화와 지역 전력 수요 급증으로 인해 추가적인 기저 전원(원전 등) 확보가 필수적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