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초기업노조)’가 정부와 사측이 추진 중인 ‘호남 반도체 메가프로젝트’에 대해 조합원의 84%가 반대한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내년도 교섭에서 이를 핵심 의제로 다루겠다고 선언했다.

"노란봉투법이 근거... 경영진도 호남 반도체 부담스러워 해"

초기업노조는 지난 13일 입장문을 통해 호남 반도체 프로젝트에 대한 강한 거부 의사를 공식화했다.

노조는 최근 시행된 개정 노조법(일명 ‘노란봉투법’)을 근거로 제시했다. 조합원의 근로조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업상의 결정은 이제 교섭 대상이 된다는 논리다.

노조 측은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이 최근 원전 및 LNG 발전 필요성을 언급한 점을 거론하며, 사측 경영진 또한 내부적으로 이번 프로젝트에 대해 상당한 부담과 부정적 입장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노조는 지난 1일에도 반도체 생산라인 가동에는 인프라 확보 등 최소 5년 이상의 긴 시간이 소요되므로 졸속 추진이 아닌 장기적 관점의 노사정 협의가 필요하다고 제안한 바 있다.

초기업노조는 이번 프로젝트가 수만 명의 근무지와 처우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인 만큼, 2027년 임금 및 단체 협약(임단협) 교섭에서 해당 내용을 정식 의제로 올려 사측과 정면으로 다루겠다는 방침이다.

현재까지 이번 노조의 공식 입장 발표에 대해 삼성전자 측의 구체적인 대응이나 추가 입장은 확인되지 않은 상태이다.

삼성전자 초기업노조의 이번 행보는 과거 ‘기다리는 노조’에서 벗어나 ‘경영권과 사업 결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노조’로 진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노동자의 권익이 직결된 대규모 사업 결정 과정에서 당사자인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투명하게 반영하고, 경영진의 부담을 외부로 공론화하여 장기적인 기업 리스크를 관리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경영 고유 권한인 투자 결정에 노조가 직접 관여하는 것이 기업의 의사결정 속도를 저하시키고, 정치적인 이슈와 얽혀 불필요한 경영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지난달 삼성전자는 전남 광주 지역에 약 400조 원을 투자하여 신규 반도체 팹(공장) 2개를 건설하겠다는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