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직장인들의 대표적인 은퇴계좌인 401(k)와 개인위탁계좌(IRA) 잔액이 주가 상승 랠리에 힘입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그러나 고물가와 생활비 압박이 가중되면서, 미래를 위한 자산을 중도 인출하거나 대출받는 직장인들도 함께 늘어나 양극화된 민생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증시 반등과 꾸준한 저축이 빚어낸 ‘잔액 최고치’
투자회사 피델리티(Fidelity)가 지난 3일 발표한 2026년 2분기 은퇴계좌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직장인들의 401(k) 평균 잔액은 전년 대비 13.1% 증가한 15만 5800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개인은퇴계좌(IRA) 평균 잔액 역시 10% 늘어난 14만 4523달러로 역대 최고 수준을 보였다.
올해 초 이란 전쟁 여파 등으로 증시가 큰 폭으로 흔들렸으나, 이후 시장이 빠르게 반등하며 은퇴자산 가치가 대폭 회복된 덕분이다.
실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올해 들어 약 10%, 나스닥지수와 S&P 500지수는 각각 약 12% 상승했다.
여기에 고용주와 직원이 부담하는 평균 401(k) 적립률도 14.4%로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며 자산 증가를 뒷받침했다.
피델리티의 마이크 삼렐 부사장은 “주가 상승과 꾸준한 저축이 결합하면서 은퇴계좌 잔액이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화려해보지만, 커지는 ‘재정 압박’ 신호
이번 통계에서 30대 직장인의 평균 은퇴계좌 잔액은 7만 5200달러, 40대는 15만 6800달러로 집계됐다.
하지만 겉포장된 호실적 뒤에는 심화되는 가계의 재정 압박 신호가 뚜렷하다.
생활비 부담을 이기지 못해 은퇴자금을 담보로 대출을 받거나 중도 인출하는 사례가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이다.
올해 401(k) 대출을 보유한 직장인의 비율은 19.5%로 전년보다 상승했다. 특히 2분기에 새롭게 401(k) 대출을 받은 가입자는 전체의 2.8%를 차지했다.
긴급 생활비, 의료비, 퇴거 방지 등의 목적으로 은퇴자금을 중도 인출한 가입자 비율은 지난해 2.6%에서 올해 3.0%로 높아졌다.
오클랜드 커티스 파이낸셜 플래닝의 재무설계사 캐시 커티스는 “생활비가 빠르게 오르는데 임금 상승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 현금 부족 현상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 “은퇴자금 인출은 최후의 수단으로” 조언
경제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 압박 속에서 당장의 생활고를 해결하기 위해 은퇴계좌를 허무는 행위가 향후 노후 빈곤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긴급 자금이 필요하다면 먼저 비상예금이나 일반 저축을 활용하고, 은퇴계좌는 가능한 한 최후의 수단으로 남겨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