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 6천만 달러(당시 가치 기준, 약 3,500억 원)가 넘는 거액의 비트코인을 가로챈 10대 후반과 20대 초반의 젊은 해킹·자금세탁 일당이 로스앤젤레스(LA)와 마이애미 등지에서 초호화 유흥을 즐기다 덜미를 잡힌 가운데, 범행을 주도한 핵심 총책이 연방 법원의 유죄 인정 심리에 출석했다.

구글·거래소 사칭 ‘소셜 엔지니어링’으로 4,100 비트코인 탈취

연방 검찰과 수사 당국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지난 2024년 8월 워싱턴 D.C.에서 발생한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단일 피해자 가상화폐 탈취 사건이다.

주범인 싱가포르 국적의 말론 램(Malone Lam, 당시 22세) 등 일당은 장기간 가상화폐에 투자해온 피해자에게 접근해 자신들이 구글 및 가상화폐 거래소 제미나이(Gemini)의 직원인 것처럼 속이는 교묘한 ‘소셜 엔지니어링(사회공학적 해킹)’ 수법을 사용했다.

이들은 피해자의 가상화폐 지갑이 악성 프로그램의 공격을 받고 있다고 안심시킨 뒤, 구글 드라이브 접근 권한과 보안 코드를 가로챘다.

이를 통해 피해자 계좌에서 4,100 비트코인 이상(당시 가치 약 2억 4,000만~2억 6,300만 달러 상당)을 무단으로 빼돌렸다.

LA 클럽에서 하룻밤에 50만 달러… 꼬리 잡힌 ‘방탕한 초호화 생활’

훔친 자산을 여러 거래소와 사생활 보호 네트워크를 거쳐 세탁한 이들은 미 전역에서 천문학적인 돈을 물 쓰듯 썼다.

말론 램 일행은 특히 로스앤젤레스(LA)에서 한 달 동안 나이트클럽 비용으로만 400만 달러 이상을 탕진했다.

말론 램은 LA의 한 클럽에서 하룻밤에만 56만 9,000달러를 결제하는 등 믿기 힘든 호화 생활을 과시했다.

이들은 200만 달러 상당의 고급 시계를 비롯해 포르쉐, 람보르기니, 페라리 등 30대가 넘는 슈퍼카도 사들였다.

이 외에도 전용기를 수시로 대여하고 마이애미와 뉴욕 햄프턴스에 대저택을 빌려 생활했다.

사소한 부주의로 체포

그러나 화려한 범죄 행각은 공범의 사소한 부주의로 인해 무너졌다.

공범 진딜 세라노(Jeandiel Serrano)가 훔친 자산 중 3,000만 달러를 보관할 계정을 만들면서 자신의 IP 주소를 은폐하지 않은 것이다.

수사관들은 이를 추적해 세라노가 월 4만 7,500달러에 빌린 엔시노(Encino) 고급 주택을 특정했고, 연방수사국(FBI)의 전격적인 체포 작전으로 이어졌다.

체포 당시 말론 램은 경찰의 단속 정보를 접하고 휴대전화를 비스케인 만(Biscayne Bay)에 내다 버리며 저항했으나 결국 수갑을 찼다.

총책 말론 램 연방 법원 심리 출석… 조직원 다수 유죄 인정

사건을 수사해 온 연방 검찰은 조직범죄 처벌법인 리카(RICO) 법을 적용해 말론 램을 비롯한 18명을 기소했다.

비트코인 탈취 조직에 RICO 법이 적용된 것은 이번이 사상 최초다.

말론 램은 워싱턴 D.C. 연방 법원에서 열린 유죄 인정 합의(Plea Agreement) 관련 심리에 출석했다.

이번 사건으로 기소된 18명의 공범 중 이미 다수의 피고인이 연방 법원에서 유죄를 인정하고 줄줄이 형량을 선고받았다.

일부 공범들은 형량을 줄이기 위해 총책인 램에 대한 증언에 협조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서는 램이 유죄 협상을 통해 실형을 피하기 어렵고 장기 복역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연방 당국은 수사를 통해 현재까지 약 7,000만 달러 상당의 자산을 동결 및 회수했으나, 나머지 1억 9,000만 달러 이상의 자산은 여전히 추적 중인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