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에서 물가가 가장 비싼 도시 중 하나로 꼽히는 로스앤젤레스(LA)의 생활비가 전국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LA타임스가 보도한 C2ER의 올해 2분기 생활비지수에 따르면, LA·롱비치 지역은 전국 248개 도시권 중 생활비 순위 9위를 기록했다.

특히 이번 조사에는 캘리포니아 특유의 높은 판매세(Sales Tax)조차 포함되지 않은 결과여서, 주민들이 체감하는 실질적인 경제적 압박은 더욱 극심한 상황이다.

만약 캘리포니아와 LA의 높은 판매세까지 종합적으로 체감 물가에 반영한다면 순위가 더 오르거나 최상위권과의 격차가 훨씬 더 좁혀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캘리포니아주의 기본 주 판매세(State Sales Tax)는 7.25%로 미국 내에서 가장 높은 축에 속하며, LA시를 비롯한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내 상당수 지역은 각종 특별 목적세가 더해져 실제 소비자가 체감하는 매장 결제 세율이 9.5%에서 최대 10.25%에 달한다.

미국 내 일부 주에서는 식료품이나 의류 등에 판매세를 면제해주거나 낮게 매기지만, 캘리포니아는 비가공 신선식품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외식, 가공식품, 의류, 공산품 등 일상적인 소비재 전반에 세금이 고스란히 붙는다.

주거비, 개스값, 보험료 외에도 물건을 사고 서비스를 이용할 때마다 10%에 육박하는 세금이 추가로 붙다 보니, 저임금 일자리 비중이 높은 LA 서민들과 한인 주민들이 느끼는 실질적인 가처분 소득의 감소 폭은 전국 9위라는 지표 그이상으로 훨씬 가혹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LA의 실질 체감 물가는 맨해튼이나 호놀룰루 등 최상위권 도시들을 더욱 거세게 압박하는 수준일 것으로 평가된다.

주거비: '하늘 높은 줄 모르는' 집값과 월세

LA의 주거비는 전국 9위로, 방 4개 규모의 평균 주택 가격은 134만 달러, 월 모기지 비용은 평균 6,318달러에 달했다.

950스퀘어피트(sq ft) 기준 평균 아파트 월세 역시 3,084달러로 전국 15위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수십 년간 주택 공급이 인구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 구조적 불균형이 주택 가격 및 임대료 폭등의 주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개스값 및 차량 유지비: 전국 최고 수준의 갤런당 6달러 육박

2분기 LA 지역 평균 개스 가격은 갤런당 5달러 98센트로 전국 공동 2위를 기록했으며, 최근에도 평균 5달러 92센트를 오가고 있다. 높은 세금, 엄격한 환경 규제에 따른 특수 혼합유 사용, 잇따른 정유시설 폐쇄 등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지난해 LA 운전자들의 연평균 자동차 보험료는 3,730달러로 캘리포니아 전체 평균보다 약 50%나 높았다. 필수적인 차량유지비도 만만치 않은 셈이다.

주택보험료 역시 대형 산불 위험 등의 여파로 2021년 이후 무려 75% 폭등해 지난해 평균 2,248달러를 기록했다.

장바구니 물가 (식료품): 생산·운송 비용 상승으로 부담 가중

LA 지역의 식료품 물가는 전국 13위를 기록했다. 캘리포니아는 농산물 주산지임에도 불구하고 토지, 비료, 디젤 가격 등 생산 및 운송 비용이 전반적으로 치솟으면서 장바구니 물가를 끌어올렸다.

한 지역 주민은 LA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마트에서 150달러를 쓰고 바로 다음 날 채소와 과일을 사느라 70달러를 더 썼다”며 “배 한 개 가격이 1달러 91센트에 달할 정도로 물가가 무섭다”고 토로했다.

기타 공공요금 및 서비스 물가

전기료를 비롯한 공공요금은 전국 상위 15%에 속했으며, LA 지역 미용실 이용료는 평균 106달러 25센트로 조사 대상 전 도시 가운데 가장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과 물가의 심각한 괴리

LA 지역의 생활비는 전국 최상위권이지만, 음식 서비스, 건물 관리, 개인 돌봄 등 저임금 일자리의 비중이 높아 주민들의 실질 소득이 치솟는 물가를 전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한인타운을 비롯한 LA 주민들 사이에서는 개스값 부담을 줄이기 위해 차량 연료를 가득 채우지 않고 20~30달러어치만 주유하거나 외출과 운전을 대폭 줄이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는 풍경이 일상화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