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저소득층 주택’ 된 고임대료와 까다로운 심사… 주거 바우처 예산 부족으로 4곳 중 3곳은 ‘사각지대’
미국 주택 시장이 수치상의 공급 확대에도 불구하고, 소득 양극화와 정책적 미비로 인해 최하위 계층을 거리로 내몰고 있는 심각한 구조적 모순에 직면했다.
서류상으로는 저렴한 주택이 수천 채씩 비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갈 곳이 없는 극빈층의 노숙 위기가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720만 채의 거대한 공백… “100가구당 입주 가능한 집은 35채”
전국저소득주택연합(NLIHC)이 발간한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극빈층 임차 가구는 약 1,100만 가구에 달하지만, 이들이 실제로 비용을 감당할 수 있고 입주 가능한 주택은 전국적으로 약 380만 채에 불과하다.
극빈층 100가구당 이용 가능한 주택은 고작 35채에 그쳐, 전국의 주택 부족 규모는 총 720만 채에 이른다.
이들 극빈층 가구의 74%는 소득의 절반 이상을 월세와 공과금으로 지출하는 심각한 주거비 부담(Severe Cost-Burden)에 시달리고 있으며, 이로 인해 식비, 의료비, 생필품 구입 등 인간다운 생활을 위한 최소한의 비용까지 포기해야 하는 처지로 내몰리고 있다.
‘무늬만 저소득층 주택’… 공실률 폭등의 이유 뭘까?
문제는 최근 수년간 정부 지원금과 세액공제 혜택을 받아 지어진 ‘저소득층 주택(Affordable Housing)’의 상당수가 실제 도움이 가장 절실한 극빈층이 아닌, 지역 중간소득(AMI)의 50~60% 이상을 버는 계층을 타깃으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텍사스주 오스틴, 덴버, 포틀랜드 등의 주요 도시에서는 이들 저소득층 지정 주택의 월세가 일반 민간 아파트 시세와 큰 차이가 나지 않을 정도로 올랐다.
이로 인해 중간소득층마저 입주 절차가 까다로운 저소득층 주택 대신 일반 아파트를 선호하면서, 정작 저렴한 주택들은 채워지지 못한 채 공실로 남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부동산 데이터 분석업체 코스타(CoStar)에 따르면, 텍사스 오스틴에서는 저렴한 주택으로 분류된 4,500채 이상이 비어 있어 공실률이 무려 1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한 주택 시장의 공실률이 통상 5%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비정상적으로 높은 수치다.
여기에 소득 증명, 은행 계좌 내역, 수십 장의 서류 심사 등 까다로운 행정 절차까지 요구되면서 당장 하루하루가 급한 극빈층에게는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다.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캘리포니아의 극빈층 임차 가구는 약 130만 가구에 달하지만, 이들이 실제 입주할 수 있는 주택은 100가구당 고작 25채에 불과해 네바다주(16채/100가구)와 함께 전국에서 가장 열악한 수급 불균형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민간 시장 주도 공급이나 세액공제 방식만으로는 극빈층의 주거 불안을 해소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실질적인 주거비를 보조하는 ‘임대료 바우처(Housing Choice Vouchers)’가 가장 직접적인 해결책으로 꼽히지만, 고질적인 연방 예산 부족으로 인해 정작 자격을 갖춘 가구 중 단 4곳 중 1곳(약 25%)만 혜택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주거 복지 단체들은 연방 의회가 저소득층 전용 임대 보조금과 공공 주택 투자를 대폭 늘리고, 지자체 차원에서 극빈층에 타깃을 맞춘 주택 의무 공급 비율을 강화하지 않는다면 '빈집은 늘어나는데 노숙자는 폭증하는' 모순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