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베가스·텍사스 넘어 미시간·오하이오 등 중서부까지… 첫 주택 구매 희망자들의 새로운 탈출구

천정부지로 치솟는 주거비용과 렌트비 압박을 견디지 못한 캘리포니아 LA 주민들의 대규모 탈출(Exodus) 행렬이 이제는 일자리가 다소 부족한 미 중서부 지역에까지 미치며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UCLA 루이스 지역정책 연구센터(Lewis Center for Regional Policy Studies)의 주택 전문가 셰인 필립스(Shane Phillips) 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그동안 LA 주민들은 주거비를 아끼기 위해 라스베가스, 피닉스, 텍사스 등 인근 선벨트 지역으로 이동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이들 지역마저 집값과 물가가 크게 오르면서, 플로리다, 조지아, 노스캐롤라이나 등 활발한 주택 공급이 이뤄지는 지역은 물론, 디트로이트나 클리블랜드 같은 미 중서부 러스트벨트 도시들까지 새로운 이주 목적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일자리 부족’ 단점도 감수… 반값 이하의 주거비와 내 집 마련의 꿈

전문가들이 특히 주목하는 점은 중서부 지역이 전통적으로 LA에 비해 고소득 일자리가 풍부하거나 고용 시장이 활성화된 곳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주 수요가 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LA의 살인적인 렌트비와 주택 가격을 피하는 것만으로도 고용 여건의 열세를 충분히 상쇄할 만큼 경제적 실익이 크다는 판단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부동산 정보업체 질로우(Zillow)의 최신 시장 데이터에 따르면, LA와 중서부 도시 간의 주거비 격차는 극단적이다.

지난 8월 기준 LA 지역의 평균 주택 가격은 약 96만 달러에 달한 반면, 미시간주의 디트로이트는 약 27만 달러, 오하이오주의 클리블랜드는 약 26만 달러로 LA 가격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월세(렌트비)도 LA의 월평균 렌트비가 2,941달러인 데 비해, 디트로이트는 1,524달러, 클리블랜드는 1,454달러로 절반 가까이 저렴했다.

생애 첫 주택 구매자들에게 열린 기회의 땅 찾아

이처럼 진입 장벽이 낮아지면서 LA에서는 엄두도 내지 못했던 ‘내 집 마련’의 꿈을 중서부에서 실현하는 젊은 층과 생애 첫 주택 구매자(First-time homebuyer)들이 급증하고 있다.

질로우 분석에 따르면, 세인트루이스와 디트로이트의 경우 중간소득 가구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합리적인 가격대의 주택 매물이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각각 68%와 65%에 달해, 매물이 턱없이 부족하고 경쟁이 치열한 캘리포니아 시장과 대조를 이뤘다.

높은 주거비가 촉발한 캘리포니아의 인구 유출 현상은 단순한 주거 이동을 넘어 미국 내 지역 경제와 노동 시장의 판도까지 흔드는 거대한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서부 등 의외의 지역으로 향하는 이주민들의 정착 성공 여부가 향후 미국의 주거 정책과 인구 이동 트렌드에 중요한 가늠자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