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일부 차량을 둘러싼 도난 피해 소송이 다시 확대될 전망이다. 연방 항소법원이 보험회사들이 두 한국 자동차 제조사를 상대로 차량 도난과 관련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단하면서 10억 달러가 넘는 규모의 소송이 다시 진행될 길이 열렸다.

제9연방순회항소법원은 현대차와 기아를 상대로 제기된 보험회사들의 소송과 관련해 캘리포니아 연방법원이 사건을 다룰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번 소송에는 약 200개의 보험회사가 참여하고 있으며, 보험사들은 도난에 취약한 일부 차량에 도난 방지 장치인 엔진 이모빌라이저가 빠진 것이 대규모 차량 절도 피해로 이어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보험회사들이 요구하는 손해배상 규모는 10억 달러를 넘어선다.

엔진 이모빌라이저는 차량의 시동을 걸 때 전자적으로 키를 확인하는 장치로, 차량 절도를 어렵게 만드는 대표적인 도난 방지 기술이다.

LA타임스에 따르면 현대차는 미국 판매 차량 가운데 일부 모델에서 2016년까지 이 장치를 기본으로 장착하지 않았고, 기아 역시 일부 미국 판매 모델에 이모빌라이저가 빠져 있었다.

이 같은 차량의 취약성이 2020년 전후부터 차량 절도범들 사이에서 알려지기 시작했고, 이후 소셜미디어에서 차량을 쉽게 훔치는 방법이 확산하면서 이른바 'Kia Boys' 현상이 미국 전역으로 번졌다.

특히 로스앤젤레스에서는 해당 차량들의 도난이 크게 증가했다.

UCLA 연구진은 최근 발표한 연구에서 도난에 취약한 현대차와 기아 차량의 절도가 LA 지역에서 앞으로도 상당 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연구진은 이 차량들이 중고차 시장으로 계속 유통되면서 절도범들의 표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캘리포니아에서 차량 절도 자체는 최근 감소했지만, 문제가 된 일부 현대차와 기아 모델은 여전히 절도범들에게 인기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회사들은 이미 도난 및 도난 시도로 인해 10억 달러 이상의 보험금과 관련 비용을 지급했다며 자동차 제조사들이 그 손실을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 측은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법적 책임을 다투고 있다.

앞서 자동차 소유주들이 제기한 별도의 집단소송에서는 현대차와 기아가 약 1억4,500만 달러 규모의 합의에 이른 바 있으며, 주정부 법무장관들이 제기한 소송에서도 별도의 합의가 있었다.

이번 제9연방순회항소법원의 결정은 자동차 제조사들의 최종 책임을 확정한 판결은 아니다. 사건은 캘리포니아 연방법원으로 돌아가 손해배상 책임과 규모 등을 둘러싼 법적 공방이 계속될 예정이다.

현대차와 기아 차량을 보유한 소비자들에게도 이번 소송은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과거 도난 방지 장치가 없는 것으로 알려진 특정 연식과 모델의 차량은 보험료와 도난 위험 문제까지 함께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