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미국에 약 3,50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한 한미 무역 합의의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놓고 막바지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 현지에서는 텍사스 가스발전 프로젝트와 원전 건설,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조선업 투자 등이 주요 사업으로 거론되고 있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18일 투자 세부 내용을 발표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로이터는 15일 한국 국회의 한 의원이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18일 한국의 대미 투자 계획 세부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다만 당시 청문회에서 재무장관 후보자는 관련 협상이 아직 진행 중이라며 최종 결정 전에는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 산업통상자원부 역시 투자 세부 사업이 최종 확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현재 미국 언론과 한국 언론에서 거론되는 개별 프로젝트 가운데 일부는 협상 대상 또는 검토안으로 봐야 하며, 최종 투자 목록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다.
이번 대미 투자 계획의 전체 규모는 3,500억달러다. 지난해 체결된 한미 무역 합의에 따라 한국은 미국 내 제조업과 전략산업에 3,50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고, 미국은 한국산 제품에 적용되는 상호관세를 15% 수준으로 설정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미국 백악관이 공개한 공동 팩트시트에 따르면 전체 3,500억달러 가운데 1,500억달러는 조선업 관련 투자로, 나머지 2,000억달러는 반도체·에너지·바이오의약품·핵심광물·인공지능 등 전략산업에 투자하는 구조다.
한국 정부는 전략산업 투자 2,000억달러에 대해서는 연간 투자 상한을 200억달러로 두는 방안을 협의해 왔다. 산업부 장관은 이달 초 미국과의 협상에서 이 같은 투자 한도에는 합의가 이뤄졌으며, 아직 일부 조건과 프로젝트의 세부 내용이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가장 구체적으로 거론되는 사업 가운데 하나는 텍사스 가스발전 프로젝트다.
로이터는 앞서 한국과 미국이 텍사스에서 약 223억달러 규모의 가스발전 사업을 추진하는 방안에 합의했다는 한국 언론 보도를 전했다. 텍사스 남부 엔시날 지역에 약 6.3GW 규모의 가스발전 시설을 건설해 급증하는 인공지능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를 충당하는 사업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는 AI 데이터센터 건설이 빠르게 늘면서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가스발전과 원전 등 안정적인 전력 공급원을 확보하는 것이 데이터센터 산업 확대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원전 프로젝트도 대규모 투자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한국의 대미 투자 계획 가운데 최대 8기의 원전 건설과 텍사스 가스발전 사업 등이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 역시 15일 국회 청문회에서 8기의 원전 건설 사업이 논의되고 있다는 내용이 언급됐다고 전했다. 다만 한국 정부는 현재 협상 중인 개별 사업의 최종 내용을 공식 확인하지 않았다.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와 원자력 관련 사업, 탄소포집 분야도 협상 대상 가운데 하나로 거론됐다. 그러나 이 역시 최종 합의가 이뤄진 사업인지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로이터는 관련 내용을 전하면서 한국 정부와 미국 측이 세부 내용을 공식적으로 확정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조선업은 별도의 1,500억달러 투자 계획으로 추진된다.
한국 조선업체들은 미국 조선업 기반 확대와 선박 건조 능력 강화 과정에서 주요 협력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중국과의 조선산업 경쟁력을 높이고 미국 내 선박 건조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과의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한국 입장에서는 대규모 미국 투자가 단순한 자본 이전을 넘어 국내 기업의 미국 생산시설 확대와 현지 일자리, 공급망 구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현대차·기아·배터리·반도체·조선 등 이미 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투자 확대와도 연결될 수 있다.
반면 한국 정부가 실제로 투입할 자금의 조건과 수익성, 투자 위험을 어떻게 관리할지는 여전히 중요한 협상 과제로 남아 있다.
한성숙 국무총리는 지난 11일 미국상공회의소 행사에서 3,500억달러 투자 협상이 진전되고 있다면서도 개별 사업은 양국 모두에 실질적인 이익을 가져오면서 상업적 타당성을 갖춰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첫 번째 프로젝트가 향후 협력의 모델이 될 수 있다는 설명도 내놨다.
한국 정부가 미국에 약속한 3,500억달러가 한꺼번에 집행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전략산업 투자에는 연간 200억달러의 상한이 설정돼 있어 실제 투자 속도와 프로젝트별 자금 집행 시점이 향후 협상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한국 정부는 당초 16일 예정됐던 국회 관련 보고를 연기했다. 로이터는 산업부가 미국 투자계획에 대한 국회 보고 연기를 요청했다고 전했으며, 세부 조건이 아직 최종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 배경으로 거론된다.
미국에서 사업을 진행하는 한국 기업과 한인 경제계에도 이번 협상은 관심사다.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가 확정될 경우 텍사스·알래스카·조선업 거점 등을 중심으로 한국 기업의 미국 사업 확대와 신규 고용, 협력업체 진출 등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현재 발표된 내용 가운데 상당수는 협상 과정에서 언급된 사업으로, 실제 계약과 투자 규모는 향후 양국 정부의 공식 발표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