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가 스마트폰이나 스마트글라스를 거치지 않고 인공지능(AI) 비서와 직접 대화할 수 있는 초소형 기기를 공개했다. 스마트폰 이후의 새로운 개인용 컴퓨팅 기기를 선점하려는 빅테크 기업들의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는 23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멘로파크에서 열린 연례 기기 행사에서 ‘메타 참(Meta Charm)’이라는 새로운 AI 기기를 공개했다.

'메타 참'은 애플 에어팟 충전 케이스와 비슷한 크기의 작은 휴대형 기기로, 약 2인치 크기의 화면과 5G 연결 기능을 갖췄다. 사용자는 스마트폰에서 별도의 AI 앱을 실행하지 않고 기기를 직접 눌러 메타의 AI 비서 ‘뮤즈(Muse)’를 사용할 수 있다.

메타는 이 제품을 올해 12월 연말 쇼핑 시즌에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가격은 공개하지 않았다.

'참'은 전화를 걸기 위한 스마트폰 대체 기기라기보다 AI와 대화하고 다양한 정보를 얻는 개인용 AI 단말기에 가깝다.

사용자는 기기를 통해 음성으로 AI에게 질문하거나 도움을 요청할 수 있으며, 메타는 뮤즈를 스마트글라스 등 다른 하드웨어에도 확대하고 있다.

메타가 이 같은 별도의 AI 기기를 내놓은 것은 스마트폰 운영체제를 장악한 애플과 구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는 전략과도 연결된다.

스마트폰에서는 애플과 구글이 운영체제와 앱 생태계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메타가 AI 서비스를 확대하더라도 결국 경쟁사의 플랫폼을 거쳐야 한다. 독립적인 AI 기기를 확보하면 메타가 사용자와 직접 연결되는 새로운 통로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을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과거에도 스마트폰을 대체하거나 보완하겠다며 AI 전용 기기를 내놓은 사례가 있었지만 대중적인 성공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로이터통신은 과거 AI 기기인 래빗 R1 등이 출시 당시 관심을 끌었지만 실제 사용 경험과 기능상의 문제로 시장에서 기대만큼 자리 잡지 못했다고 전했다.

시장조사업체 IDC의 분석가 지테시 우브라니는 '메타 참'과 같은 제품이 스마트글라스를 착용하고 싶지 않은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스마트폰이나 스마트워치, 무선 이어폰으로 대체할 수 없는 독자적인 기능을 제공하지 못하면 초기 이용자 중심의 제품에 머물 가능성도 제기된다.

메타는 이날 AI 기기뿐 아니라 새로운 스마트글라스와 가상현실 관련 제품도 공개했다.

특히 카메라가 없는 ‘레이밴 메타 오디오’ 스마트글라스를 선보이며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우려에도 대응했다.

AI가 스마트폰을 넘어 안경과 작은 휴대용 기기 등 일상적인 물건 속으로 들어가면서 향후 개인용 컴퓨팅 시장의 경쟁 구도도 크게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