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비자들의 경제에 대한 신뢰가 12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물가와 에너지 가격에 대한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고용시장에 대한 우려까지 겹치면서 미국 가계의 경기 전망이 급격히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콘퍼런스보드가 29일 발표한 9월 소비자신뢰지수는 81.9로 집계됐다. 8월 수정치인 88.6보다 6.7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이번 지수는 2014년 4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당초 시장에서 예상했던 89.0에도 크게 못 미쳤다.

현재 상황에 대한 소비자들의 평가를 보여주는 현재상황지수는 109.3으로 전월보다 7.9포인트 떨어졌다.

앞으로 6개월 정도의 경제 상황에 대한 기대를 반영하는 기대지수 역시 63.6으로 5.9포인트 하락했다.

기대지수는 3개월 연속 하락했다.

콘퍼런스보드는 소비자들이 최근 경제 상황뿐 아니라 앞으로의 고용과 소득, 기업환경에 대해서도 점점 더 신중한 전망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 소비자들이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가장 자주 언급한 것은 물가와 상품·서비스 가격, 그리고 휘발유와 석유 가격이었다.

최근 에너지 가격 상승은 미국 소비자들의 체감물가를 다시 끌어올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휘발유 가격이 오르면 단순히 주유비만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운송비와 식료품 가격 등 다른 상품과 서비스 가격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고용시장에 대한 평가 역시 중요한 변수다. 소비자들이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다고 느끼기 시작하면 소비를 줄일 가능성이 커지고, 이는 미국 경제의 성장세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국 경제는 소비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소비자 심리는 경기 방향을 판단하는 주요 지표 가운데 하나다.

다만 소비자신뢰지수가 낮아졌다고 해서 실제 소비가 같은 폭으로 즉시 감소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소비자 심리와 실제 지출 사이에는 시간 차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조사는 9월 1일부터 23일까지 진행됐다. 따라서 이후 발생한 경제·금융시장 변화는 이번 지수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콘퍼런스보드는 소비자들이 현재의 경제 상황보다 향후 상황에 대해 더 부정적인 전망을 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정책과 에너지 가격, 고용시장 흐름이 앞으로 소비심리의 방향을 결정할 주요 변수로 꼽힌다.

미국 소비자들의 심리가 계속 악화될 경우 연말 쇼핑 시즌과 자동차·주택 등 주요 소비시장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향후 실제 소매판매와 고용지표가 어떻게 나타날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