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금융 소비자의 예금상품을 비교하고 더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계좌로 자금을 자동으로 옮기는 시대가 가까워지면서 은행권이 새로운 자금 유출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미주중앙일보가 30일 소개한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AI 비서가 금융 소비자의 계좌를 분석하고 금리가 더 높은 상품으로 자금을 이동시키는 서비스가 확대될 경우 은행의 저원가성 예금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은행들은 오랫동안 많은 예금자들이 금리 차이를 일일이 비교하지 않고 기존 계좌를 계속 유지하는 이른바 ‘고객의 관성’에 기대 안정적으로 자금을 확보해왔다.
하지만 AI가 예금상품의 금리와 조건을 실시간으로 비교하고 소비자를 대신해 계좌를 이동시킬 수 있게 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한 소비자가 연 2%대 금리를 제공하는 기존 계좌에 돈을 넣어두고 있더라도 AI가 다른 금융기관의 4%대 상품을 찾아낸다면 자동으로 이동을 제안하거나 실제 이체까지 수행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같은 변화가 대규모로 발생할 경우 은행들은 예금을 유지하기 위해 더 높은 금리를 제시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
은행 입장에서는 예금금리가 올라가면 자금 조달 비용이 증가할 수 있다.
특히 미국처럼 수많은 중소형 은행과 금융상품이 경쟁하는 시장에서는 예금자들이 AI를 이용해 금리를 비교하기가 쉬워질수록 은행 간 자금 이동이 더욱 빨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한국의 경우 미국과 금융시장 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같은 현상이 동일한 규모로 나타날지는 지켜봐야 한다.
미주중앙일보가 전한 WSJ 분석에서도 한국은 대형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중심의 과점적인 시장 구조를 갖고 있어 미국과 비교하면 예금 이동 규모가 상대적으로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소개됐다.
문제는 예금 이동이 활발해질 경우 은행들이 줄어든 이자수익을 보전하기 위해 대출금리를 높일 가능성도 있다는 점이다.
월스트리트저널과 인터뷰한 존 캠벨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는 금융기관들이 감소한 이자 수익을 만회하기 위해 신규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높일 가능성을 언급했다.
반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AI를 활용해 더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금융상품을 쉽게 찾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기존에는 소비자가 여러 은행의 금리를 직접 비교하고 계좌를 옮겨야 했지만 AI가 이를 대신할 경우 금융상품 선택에 들어가는 시간과 노력이 줄어들 수 있다.
결국 AI 금융서비스가 확산되면서 은행에는 예금 유치 경쟁이 강화되고 소비자에게는 금융상품 선택권이 확대되는 동시에 새로운 보안·책임 문제도 생길 수 있다.
AI가 실제 금융거래까지 자동으로 수행하는 단계로 발전할 경우 잘못된 이체나 금융사기, 개인정보 보호 문제에 대한 제도적 장치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과제가 남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