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간 대규모 투자 협상에서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를 둘러싼 양국의 설명이 엇갈리고 있다. 미국은 한국의 대규모 투자가 확정된 것처럼 발표했지만, 한국 정부는 투자 규모와 방식이 최종 확정된 것이 아니며 상업성이 확보돼야 실제 투자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백악관에서 한국이 알래스카 LNG 개발사업에 수백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미국 측은 한국의 투자 계획을 한미 간 무역·투자 합의의 주요 성과로 설명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미국의 발표가 실제 협상 내용을 넘어섰다고 반박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에게 미국 측 발표가 양국이 합의한 내용보다 지나치게 앞서 나갔다며 항의했다고 밝혔다. 한국 측은 알래스카 LNG 사업의 상업적 타당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투자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협상 과정에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알래스카 LNG 투자 규모를 둘러싼 양국의 표현도 차이가 있다. 미국 측에서는 한국이 500억 달러가 넘는 규모를 투자하기로 했다는 설명이 나왔지만, 한국 정부는 투자금액이 최종 합의된 것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한국 정부는 한미 양국이 발표한 공동 자료에도 알래스카 LNG와 관련해 투자 규모를 확정한 내용은 포함돼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미국 측이 사업의 경제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를 마련하겠다고 약속했으며, 한국은 구체적인 자료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알래스카 LNG 사업은 알래스카에서 생산한 천연가스를 액화해 미국 내외 시장으로 공급하는 대형 에너지 프로젝트다. 막대한 건설비가 필요한 만큼 천연가스 가격과 수송비, 장기 구매계약 등이 사업의 경제성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다.
한국 입장에서는 미국산 LNG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투자금이 지나치게 커질 경우 사업 수익성이 충분하지 않을 가능성도 검토해야 한다.
한국 정부가 ‘상업성’을 반복해서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부는 단순히 한미 관계나 외교적 합의만을 근거로 대규모 공공·민간 자금을 투자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미국은 알래스카 LNG 사업을 통해 자국산 에너지 공급을 확대하고 아시아 시장에서 미국산 LNG의 영향력을 높이려 하고 있다. 한국은 미국산 LNG의 주요 수입국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에 사업이 실제로 추진될 경우 양국의 에너지 협력에도 상당한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이번 논란은 한미 간 전체 투자 합의와 개별 프로젝트의 실제 투자 결정이 반드시 같은 단계에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보여주고 있다.
한국 정부가 미국과의 협상에서 최종 투자 조건을 어떻게 조율할지, 미국이 한국 측이 요구하는 상업성 확보 방안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제시할지가 향후 사업 추진 여부를 좌우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