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수입하는 원유에서 사우디아라비아산 원유가 차지하는 비중이 5년 만에 30% 아래로 떨어졌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불안이 이어지면서 한국 정유업계가 원유 공급처를 다변화한 결과로 풀이된다.
미주중앙일보가 전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한국이 수입한 원유 가운데 사우디산 원유의 비중은 물량 기준 29.9%로 집계됐다.
사우디산 원유의 국내 수입 비중이 연간 기준 30% 아래로 내려간 것은 코로나19 여파가 있었던 2021년 이후 처음이다.
올해 초만 해도 상황은 달랐다. 1월 사우디산 원유의 비중은 35.8%에 달했지만 이후 계속 낮아졌다.
중동 지역에서 전쟁과 군사적 긴장이 이어지면서 한국 정유업계가 원유 조달 경로를 다변화한 것이 주요 배경으로 분석된다.
한국은 원유 수입의 상당 부분을 중동에 의존해 왔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는 오랜 기간 한국의 최대 원유 공급국 가운데 하나였다.
하지만 중동의 지정학적 위험이 높아지면 원유 운송 비용과 보험료가 올라가고, 특정 항로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국내 정유사들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정유업계는 미국과 중남미 등 비중동 지역의 원유 공급을 늘리면서 위험을 분산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한국의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특정 국가나 지역에 지나치게 의존할 경우 전쟁이나 수송로 차단 같은 돌발 상황에서 국내 에너지 가격이 크게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원유 가격이 상승하면 휘발유와 경유 가격뿐 아니라 항공료와 물류비, 제조업 비용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한국 소비자 입장에서도 국제유가 움직임은 주유소 기름값과 생활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원유 가격이 오르면 운송비와 생산비가 함께 올라가면서 식료품과 각종 소비재 가격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반대로 원유 공급처를 다양하게 확보하면 특정 지역의 공급 차질이 국내 시장에 미치는 충격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다.
다만 중동산 원유가 한국에서 차지하는 비중 자체가 크게 줄어든 것은 아니기 때문에 한국의 에너지 구조가 단기간에 완전히 바뀌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앞으로 중동 지역의 전쟁 상황과 호르무즈해협을 비롯한 주요 해상 운송로의 안정 여부가 한국의 원유 수입 구조에도 계속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정유업계가 비중동권 원유 확보를 얼마나 확대할 수 있을지, 그리고 국제유가 변동성을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가 향후 한국 에너지 시장의 주요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