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총액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상장기업의 상장폐지 절차에 법원이 제동을 걸면서 한국거래소가 관련 후속 절차를 일시적으로 유예하기로 했다.
한국거래소는 7일 법원의 가처분 결정에 따라 시가총액 기준 미달을 이유로 추진하던 일부 상장폐지 절차를 당분간 진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거래소는 법원의 결정에 대해 이의신청을 제기하고 관련 내용을 충실히 소명하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코스피 상장사 주연테크와 코스닥 상장사 케이엠제약이 거래소를 상대로 제기한 상장폐지 결정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논란의 핵심은 올해부터 강화된 상장폐지 기준이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7월부터 시가총액이 코스피 300억원 미만, 코스닥 200억원 미만인 기업에 대한 상장폐지 기준을 강화했다. 시장에서 거래되는 기업의 규모가 지나치게 작아질 경우 투자자 보호에 문제가 생기고 부실기업이 장기간 시장에 남는 문제를 줄이기 위한 조치였다.
그러나 기업 측에서는 새로운 기준이 충분한 유예기간 없이 적용될 경우 정상적인 사업을 하고 있는 기업까지 갑작스럽게 상장폐지 위기에 놓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시가총액은 회사의 실제 사업실적뿐 아니라 주식시장 전체 분위기와 투자심리에 따라서도 크게 움직인다. 따라서 일시적인 주가 하락으로 시가총액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기업까지 상장폐지 대상이 될 경우 투자자와 기업 모두에게 지나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법원 결정으로 당장 해당 기업들이 상장폐지되는 상황은 피하게 됐다. 다만 이것이 해당 기업의 상장폐지 사유가 최종적으로 없어진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법원이 이번에 판단한 것은 상장폐지 결정의 효력을 일시적으로 정지할 필요가 있는지 여부다. 본안 소송에서 거래소의 상장폐지 기준과 적용 절차가 적법했는지는 별도로 판단될 수 있다.
한국거래소 역시 법원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고 기존 상장폐지 기준의 필요성과 적법성을 설명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사안은 투자자 보호와 시장 건전성 사이의 균형이라는 문제를 다시 부각시켰다.
상장폐지 기준을 지나치게 완화하면 재무상태가 좋지 않은 기업이 시장에 장기간 남아 투자자 피해가 커질 수 있다. 반대로 기준을 지나치게 빠르게 강화하면 회생 가능성이 있는 기업까지 시장에서 퇴출될 수 있다.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도 이번 판결을 상장폐지 위험이 사라진 것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해당 기업의 재무상태와 거래소의 후속 조치, 본안 소송 결과에 따라 상황이 다시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법원의 최종 판단과 거래소의 이의신청 결과가 국내 증시의 상장폐지 제도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최근 국내 증시에서 소형주와 부실기업 정리 문제가 중요한 과제로 떠오른 만큼, 이번 사건이 향후 상장폐지 기준을 둘러싼 제도 개선 논의로 이어질지도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