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무역보험공사가 회수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상각하거나 관리 절차를 종결한 채권이 올해 8월 기준 3조8,112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회수 대상에 남아 있는 채권 중에서도 절반 이상이 발생한 지 10년이 넘은 것으로 집계돼 채권 관리와 회수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연합뉴스가 11일 보도한 자료에 따르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차규근 의원이 한국무역보험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서 이 같은 규모가 확인됐다. 상각·종결 채권은 국내 2조666억원, 국외 1조7,446억원으로 집계됐다.
상각은 채권 자체가 법적으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회수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해 회계장부에서 정리하는 절차다. 종결은 채무자의 파산이나 소멸시효 완성 등으로 회수 가능성이 없거나 매우 낮다고 판단해 관리 절차를 마무리하는 것을 뜻한다.
상각·종결 채권 누적액은 2022년 말 3조1,598억원에서 올해 8월 3조8,112억원으로 늘었다. 약 3년 8개월 사이 6,500억원 이상 증가한 셈이다. 수출기업의 거래 위험을 보장하는 무역보험 제도의 특성상 해외 거래처의 부도와 지급 불능 등이 발생하면 보험금 지급 이후 채권 회수가 장기간 이어질 수 있다.
문제는 아직 남아 있는 미회수 채권도 상당하다는 점이다. 국내외 미회수 채권 잔액은 총 4조1,746억원으로 파악됐다. 이 가운데 10년 이상 회수되지 않은 채권은 2조1,543억원으로, 전체의 51.6%를 차지했다. 국내 미회수 채권만 보면 10년 이상 된 채권 비중은 71%에 이른다.
장기 미회수 채권이 많아지면 회수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평가하고 채무자의 재산 상태나 법적 절차 진행 상황을 추적하는 데 부담이 커질 수 있다. 회수 가능성이 낮은 채권을 장기간 관리하는 과정에서 행정 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도 과제로 꼽힌다.
차 의원은 회수가 어려워진 원인을 면밀히 점검하고, 채권이 장기간 방치되지 않도록 회수 대책과 사후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로 지적했다. 공사의 채권 회수 실적과 장기 미회수 사유를 구체적으로 분석해 관리 방식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요구도 나온다.
무역보험은 수출기업이 해외 거래에서 겪을 수 있는 위험을 줄이는 중요한 정책 수단이다. 따라서 보험 지원을 안정적으로 이어가려면 위험 평가와 보험금 지급뿐 아니라 사고 이후 채권 회수의 효율성을 높이는 작업도 병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