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음악기획사와 디지털 콘텐츠 유통업체가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뮤직비디오의 연령 등급을 직접 분류해 공개할 수 있도록 제도가 바뀐다. 정부 심의를 기다리는 동안 신곡 공개 일정이 늦어지는 문제를 줄이고, 빠르게 움직이는 디지털 음악 시장에 대응하려는 취지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무회의는 10월 13일 음악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은 등록 요건을 갖춘 사업자가 뮤직비디오의 등급을 자체적으로 분류하고, 관련 기관에 통보한 뒤 공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국은 2012년부터 뮤직비디오의 유통 전 등급 심의를 의무화해 왔다. 청소년에게 부적절할 수 있는 성적 표현이나 폭력, 위험 행동 등을 걸러내기 위한 제도였지만,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신곡 공개가 빠르게 진행되는 환경에서는 심의 일정이 마케팅과 유통 계획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업계의 지적이 이어졌다.

새 제도에서는 자격을 갖춘 사업자가 내부 기준과 절차에 따라 연령 등급을 매길 수 있다. 자체 등급 분류를 신청하는 것은 의무가 아니기 때문에 내부 관리 체계를 갖추기 어려운 소규모 기획사는 기존의 심의 절차를 이용할 수 있다. 대형 기획사와 플랫폼에 비해 인력과 비용 부담이 큰 독립 제작사에도 선택권을 남겨둔 것이다.

다만 자체 분류가 허용된다고 해서 관리·감독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참여 사업자는 담당 인력을 지정하고 관련 교육을 이수해야 하며, 분류 결과를 관계 기관에 보고해야 한다. 등급을 부적절하게 매긴 경우에는 수정 명령을 받을 수 있고, 규정을 반복적으로 위반하면 자체 분류 자격이 취소될 수 있다.

정부는 제도 변경을 통해 국내 음악 콘텐츠의 공개 속도와 해외 시장 대응력을 높이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글로벌 팬덤을 대상으로 한국과 해외에서 동시에 신곡을 공개하는 K팝 산업에서는 공개 일정의 유연성이 중요하다. 다만 청소년 보호라는 기존 제도의 목적을 유지하면서 등급 분류의 정확성과 책임성을 어떻게 확보할지가 시행 이후의 과제가 될 전망이다.

개정안은 공포 후 12개월이 지나 시행될 예정이며, 정부는 그동안 등록 기준과 세부 운영 지침을 마련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