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수출이 9월 사상 처음으로 700억 달러를 넘어섰다. 글로벌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가 확대되면서 반도체 수요가 급증한 데다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등 컴퓨터·주변기기 수출도 큰 폭으로 늘어난 결과다. 다만 전체 ICT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80%를 넘어 특정 품목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다는 점은 향후 과제로 꼽힌다.
산업통상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10월 14일 발표한 ‘2026년 9월 ICT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ICT 수출액은 751억5,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달의 254억 달러보다 195.8% 증가한 규모다. 기존 월간 최고 기록이었던 8월의 599억8,000만 달러를 한 달 만에 넘어섰으며, ICT 수출액이 700억 달러를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수출 증가를 이끈 핵심 품목은 반도체였다. 9월 반도체 수출액은 603억3,000만 달러로 전체 ICT 수출의 80.3%를 차지했다. AI 데이터센터 구축과 고성능 컴퓨팅 수요가 확대되면서 메모리 반도체를 비롯한 관련 제품의 수출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반도체에 이어 컴퓨터·주변기기 수출도 증가하면서 ICT 산업 전반의 실적 개선에 힘을 보탰다.
수출 호조는 무역수지에도 반영됐다. 9월 ICT 수입은 214억3,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보다 55.3% 증가했지만, 수출 증가 폭이 이를 크게 웃돌면서 무역수지는 537억1,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ICT 무역수지가 월간 기준 500억 달러를 넘어선 것도 처음이다. 전체 산업 수출에서 ICT가 차지하는 비중은 62.1%에 달해 한국 수출에서 정보통신 분야의 영향력이 더욱 커졌다.
그러나 수출 실적이 개선됐다고 해서 산업 전반의 경쟁력이 고르게 강화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반도체에 수출이 집중될수록 글로벌 AI 투자 흐름이나 메모리 가격 변동이 국내 수출 실적에 미치는 영향도 커질 수 있다. 실제로 ICT 세부 품목별로는 성장세가 엇갈릴 수 있어 반도체 이외 분야의 경쟁력 확보도 중요하다.
중소·중견기업의 수출 참여 확대 역시 과제로 남아 있다. 대기업 중심의 반도체 수출이 전체 실적을 끌어올리는 상황에서 국내 부품·장비·소프트웨어 기업이 글로벌 공급망에 얼마나 깊이 진입하는지가 산업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을 좌우할 수 있다. AI 관련 투자 수요가 장기적으로 이어지더라도 시장 경쟁과 기술 변화에 따라 품목별 실적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ICT 수출입 동향을 바탕으로 반도체와 디지털 산업의 수출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점검할 방침이다. 이번 기록적인 실적이 일시적인 AI 투자 확대에 따른 성과를 넘어 안정적인 수출 성장으로 이어지려면 핵심 품목의 기술 우위를 유지하는 동시에 수출 품목과 기업 기반을 넓히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