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2026년 하반기 식량 인플레이션, COVID-19 이후 최대 충격 가능성” 경고
지난 2월 발발한 이란 전쟁과 그 여파로 지속되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세계 경제의 근간인 ‘식량 공급망’을 정면으로 타격하고 있다.
단순히 유가 상승을 넘어, 농업 생산의 핵심 요소인 비료 공급이 차단되면서 전 세계가 ‘식량 안보’ 위기에 직면했다는 진단이 잇따르고 있다.
왜 식량 위기인가? : ‘에너지-비료-농업’의 연결고리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에너지의 혈맥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 비료 수출량의 약 30%가 통과하는 핵심 요충지이기도 하다.
전쟁으로 인해 암모니아, 요소, 인산염 등 주요 비료 원료의 수출이 병목 현상을 빚으며 가격이 폭등하는 비료 대란이 일어난 상태다. 5월 말 기준 비료 가격은 지난 2월 대비 40~50% 급등했다.
농업 생산 비용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에너지(연료)와 비료 가격이 동시에 오르면서, 농민들은 파종을 포기하거나 생산 규모를 축소하는 악순환에 빠졌다.
지역별 현상: 아시아의 ‘쌀값 급등’ vs 유럽의 ‘감자 과잉’
지정학적 충격은 지역마다 불균형적인 결과를 초래하며 식량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다.
아시아는 쌀값 급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태국산 백미 가격은 지난 5월 한 달 동안 20% 급등했는데, 이는 2008년 이후 가장 큰 상승 폭이다. 주요 생산국인 태국, 베트남, 인도 등이 생산비 부담으로 공급에 차질을 빚으면서 아시아 전역의 식량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유럽은 눈물을 흘리며 감자 폐기를 하고 있다.
독일 등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8년 만의 감자 풍작에도 불구하고,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비료와 에너지 가격이 폭등하자 농산물 수출길이 막혀 농가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되는 '감자 홍수(Kartoffel-Flut)' 현상이 발생했다. 물류가 막혀 팔 곳이 없는 농가들이 멀쩡한 감자를 폐기하는 비극이 벌어지고 있다.
이란 전쟁의 나비효과: 일본의 '바나나 대란'
일본에서는 단순히 에너지 가격 상승을 넘어, 석유화학 원료인 '나프타' 부족으로 인해 일본인의 일상적인 간식인 바나나의 공급이 위협 받고 있다.
일본은 바나나를 수입할 때 초록색 상태(미성숙 상태)로 들여온 뒤, 소매점에 진열하기 전 전용 창고에서 '에틸렌 가스'를 이용해 강제로 후숙(익히는) 과정을 거친다.
이 후숙 과정의 핵심 원료인 에틸렌 가스는 원유에서 추출하는 나프타를 분해하여 만든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나프타 공급이 급감하면서(올해 들어 일본 내 재고 25% 감소), 바나나를 숙성시킬 가스를 만들 원료가 부족해진 것이다.
에이지 아카시(Eiji Akashi) 사무총장은 현재 사태가 "지난 50년 만에 최악의 수준"이라고 언급했다.
가격 급등은 물론, 자칫 일본인의 식탁에서 바나나가 완전히 사라질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업계 전체가 사력을 다하고 있다.
일본의 거대 농산물 가공 기업인 '파민드(Farmind)' 역시 이러한 물류 및 원료 마비가 지속될 경우 일본 내 바나나 수급이 사실상 불가능해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식량 수입 의존 중동 국가들 비명,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중동은 수입 마비로 죽을 지경이다. 걸프만 국가들은 식량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데, 이번 봉쇄로 인해 매일 필요한 식량 공급마저 위협받으며 가정 내 물가가 수직 상승했다.
세계경제포럼(WEF)과 식량농업기구(FAO)는 이번 사태가 단기적 충격에 그치지 않고, 최소 6~9개월 이상 생산량 감소와 가격 인상 압박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아시아 지역에는 예년보다 강한 엘니뇨가 예보되어 있어, 비료 부족과 가뭄이라는 이중고가 쌀 생산량을 최대 70만 톤 이상 감소시킬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수석 이코노미스트의 80% 이상은 향후 1년간 식품 가격 상승을 전망하며, 세계 경제 성장이 둔화되는 가운데 식량 인플레이션이 가계 실질 소득을 갉아먹는 '스테그플레이션' 위험을 경고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