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월스트리트에서 기업의 비리와 부실을 집요하게 파헤쳐 '암살자(The Assassin)'라는 별명으로 불린 세계적인 공매도 투자자 파미 콰디르(35)가 한국 시장을 무대로 행동주의 투자자격 선언하고 나섰다.

WSJ 집중 조명: '숏'에서 '롱'으로, 왜 한국인가?

콰디르는 공매도 전문 헤지펀드 '사프켓센티넬(사프켓 캐피털)'을 이끌며 글로벌 제약사 발리언트, 독일 핀테크업체 와이어카드의 회계 부정과 사기극을 폭로해 막대한 수익을 올린 인물이다. 이 일화는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검은돈(Dirty Money)》에 소개되기도 했다.

그러나 장기 강세장 속에서 공매도 환경이 악화하자 기존 펀드를 청산하고, 생애 처음으로 주가 상승에 베팅하는 '롱(long)' 전략이자 가치 제고를 이끄는 '행동주의 투자'로 노선을 전격 선전환했다. 공매도 전설의 파격적 변신이다.

"코스피 3분의 2 이상이 장부가치 이하"

콰디르가 선택한 곳은 한국이었다.

WSJ와의 인터뷰에서 콰디르는 한국을 택한 결정적 이유로 극심한 저평가 상태인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꼽았다.

반도체 대형주 중심의 성장을 넘어, 코스피 상장사의 3분의 2 이상이 여전히 장부가치(PBR 1 미만)에도 못 미치는 수준에 거래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새벽 2시 일어나 업무 시작, 한국 사무소 설립

현재 런던을 거점으로 활동 중인 그는 매일 새벽 2시에 일어나 한국 기업 관계자들과 통화하고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몇 달 내 서울에 사무소를 직접 설립하고 현지 인력을 채용해 소수의 저평가 기업 지분을 본격적으로 확보할 계획이다.

중소형주 지배구조 개선 집중, 기업 지배구조 개혁의 깃발 될까?

콰디르는 "내 경력 대부분은 잘못된 거버넌스로 실패한 기업을 찾는 일이었다"며, "이제는 그 분석력을 바탕으로 지배구조를 개선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는 기업을 찾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정해진 정답을 강요하기보다 '암살자'라는 공포스러운 이미지를 벗고 건설적인 파트너로 다가가겠다는 복안이다.

초기 투자 대상은 대기업보다는 개선 여지가 많은 중소형주가 될 전망이다. 이사의 독립성 강화, 자사주 매입 및 소각 확대 등 주주환원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기업들을 압박하고 변화를 이끌어낼 방침이다.

이재명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과의 시너지

최근 이재명 정부가 국내 증시 체질 개선과 주주환원 확대를 골자로 추진하는 강력한 '밸류업 프로그램' 및 정책적 드라이브가 글로벌 행동주의 펀드들에는 진입하기 좋은 최적의 환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캐시 우드 등 글로벌 거물들에 이어 콰디르까지 한국 시장에 눈을 돌린 것은 침체된 국내 증시에 새로운 자극제가 될 수 있다.

다만 WSJ 등 주요 외신은 한국 시장이 고유의 순환출자 및 재벌 중심의 지배구조를 갖고 있어 행동주의 펀드에게 그리 녹락지 않은 시장이라고 평가했다.

과거 2015년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고배를 마셨듯, 오너 일가의 지배력이 공고한 한국 기업들을 상대로 실질적인 지배구조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는 향후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