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오스크·문자메시지·생성형 AI 등 기술 발전이 대면 상호작용 대체하며 언어적 소통 급감
"편리해질수록 사회성과 인간관계는 퇴보한다" 전문가 경고
최근 몇 년 사이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화제를 모았던 '젠지 스테어(Gen Z Stare)' 현상이 단순한 세대 갈등이나 주관적 느낌이 아닌, 객관적인 연구 결과로 입증됐다.
젠지 스테어는 '젠지(Z세대·1997∼2006년생)'와 '응시한다'는 뜻의 영어단어 '스테어(stare)'를 합친 신조어로, 요즘 젊은 세대가 인사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쳐다만 보는 모습을 가리키는 말이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이 젊은 세대의 언어 습관과 사회적 소통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고 있다.
"하루에 400단어 이상 덜 쓴다"… 통계로 확인된 Z세대의 말수 감소
미국심리학회(PPS) 저명 학술지에 실린 최근 연구에 따르면, 지난 2005년부터 2019년 사이 사람들이 소리를 내어 말한 발화 단어 수는 연간 12만 개, 하루 평균 338개씩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같은 감소세는 25세 미만 젊은 층에서 훨씬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25세 이상의 발화 단어 감소량은 하루 평균 314개였으나, 25세 미만 젊은 세대는 415단어에서 451단어 가량 줄어들어 세대 간 격차가 뚜렷했다.
연구진은 젊은 층이 전화 통화나 대면 대화 대신 문자나 소셜미디어를 통한 텍스트 소통을 선호하기 때문에 기성세대에 비해 말을 잃어버릴 가능성이 훨씬 크다고 분석했다.
이번 연구는 10세부터 94세까지의 참가자 2,197명의 일상 음성을 수집한 대규모 데이터를 재분석한 결과다.
키오스크·AI가 지운 '인간적 상호작용'
워싱턴포스트(WP) 등 주요 언론은 이러한 현상의 주원인으로 일상 속 테크 인프라의 급격한 변화를 꼽았다.
식당 주문은 키오스크가 대신하고, 길을 물을 필요 없이 구글 지도를 이용하며, "그 영화 배우가 누구지?"라는 사소한 궁금증도 AI나 검색을 통해 곧바로 해결되면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자연스러운 대화 개입 여지가 사라졌다는 설명이다.
대화는 상대방의 말을 파악하고 반응을 구상하는 작업 기억과 주의력이 필요한 행위이지만, 문자 메시지와 이메일은 이 같은 압박감이 적고, 기록이 남아 기억할 필요성마저 줄어들게 만든다.
"소셜미디어가 가져온 역설"… 인지 및 사회성 퇴보 우려
하지만 대화 중 적절한 언어적 피드백이나 리액션이 없을 경우(젠지 스테이), 상대방은 이를 예의가 없거나 무시하는 태도, 혹은 반항하는 것으로 오해하기 쉽다.
또한 말을 하지 않고 응시만 하는 모습은 상대방과의 대화를 회피하거나 소통 및 관계를 맺고 싶어 하지 않는 비협조적인 태도로 비쳐질 수 있다.
아울러 질문을 제대로 들었는지, 내용을 이해했는지, 혹은 생각을 정리하는 중인지 알 수 없어 소통의 답답함과 불신을 초래할 수 있다.
조지타운대 칼 뉴포트 교수는 대면 상호작용의 어려움이 사람들이 말을 점차 덜 하게 만드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의 사회적 뇌가 누군가를 위해 시간과 주의를 쏟는 것을 중요한 유대 신호로 인식하는데, 소셜미디어 등으로 사회활동이 너무 쉬워질수록 역설적으로 우리는 서로 덜 연결되고 사회성도 부족해지게 된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소통의 편리함 뒤에 가려진 인간의 언어·사회성 퇴보 문제를 직시하고, 일상 속 오프라인 대면 소통의 가치를 회복하기 위한 사회적 고민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