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세계에서 가장 안정적이고 밀접한 교역 파트너로 꼽혔던 미국과 캐나다의 관계가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최대의 암좌를 맞이하고 있다.

양국은 고율 관세 폭탄을 주고받은 데 이어, 최근 환율 문제와 주권 침해 공방까지 겹치며 경제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1단계: 트럼프 행정부의 ‘50% 관세 폭탄’과 협상 결렬 (8월 말)

미국과 캐나다 간의 본격적인 무역 갈등은 지난달(8월) 22일, 미국이 대대적인 수입 제재 조치를 단행하면서 수면 위로 급부상했다.

미국 정부는 공화당 행정부 시절의 전통적 무역법 조항 등을 근거로 삼아, 약 200억~280억 달러 규모에 달하는 캐나다산 주요 수입품(철강, 알루미늄, 농산물, 목재, 소비재 등)에 50%라는 전례 없는 고율 관세를 부과했다.

양국은 막판까지 워싱턴에서 협상을 벌이며 타협점을 찾는 듯했으나, 마크 카니(Mark Carney) 캐나다 총리는 미국의 요구 조건이 캐나다의 주권을 침해하고 핵심 산업에 치명적인 타격을 주는 "받아들일 수 없는 수준(bad deal)"이었다고 밝히며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특히 미국이 캐나다의 대외 무역 자율성을 제한하려 한 점과 퀘벡 주의 문화·언어적 권리를 압박한 점 등이 결정적인 결별 원인이 되었다.

2단계: 캐나다의 맞대응… ‘달러 대 달러’ 보복 관세 발동 (9월 8일)

미국의 압박에 물러서지 않고 마크 카니 정부는 곧바로 강력한 맞대응 카드를 꺼내 들었다.

캐나다는 미국 측이 타격을 입을 수 있는 동등한 규모(약 200억 달러 상당, 700여 개 품목)의 미국산 수입품에 대해 15%에서 최고 50%에 달하는 보복 관세를 공식 발동했다.

캐나다의 보복 조치는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제품을 비롯해 유제품(우유, 치즈 등), 목재, 화장품, 가전제품, 농기계 등을 정조준했다.

이는 특히 미국 미시간이나 오하이오 등 무역 의존도가 높고 향후 정치적 변동성이 큰 지역의 수출업자들에게 직접적인 타격을 주기 위한 계산된 전략으로 분석된다.

카니 총리는 대국민 연설을 통해 "미국과의 경제적 예속 관계에서 벗어나 더 회복력 있는 국가로 거듭나야 한다"며 장기적으로 미국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캐나다의 탈미국화(Pivot) 선언이다.

3단계: 전선 확대… 트럼프의 ‘캐나다 달러 약세’ 저격과 환율 압박

관세 공방이 채 식기도 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새로운 전선으로 ‘환율 문제’를 들고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미국과 캐나다 달러의 불균형은 수년 동안 지속되어 왔으며 더는 용납할 수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최근 몇 년간 미화 1달러 대비 캐나다 달러의 가치는 꾸준히 약세를 보여왔으며(연평균 1.25 C$에서 1.40 C$ 수준으로 상승), 이는 캐나다산 제품이 미국 시장에서 부당한 가격 경쟁력을 갖게 만드는 요인으로 지적되어 왔다.

시장과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에 이어 캐나다 달러의 가치 상승이나 통화 정책을 압박하는 추가적인 경제 제재 또는 무역 협상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실제 워싱턴은 캐나다의 보복 관세 발표 직후 캐나다산 특정 품목에 대한 추가 수입 제한 조치 등을 만지작거리며 압박을 더하고 있다.

출구 없는 갈등과 경제적 타격 우려

현재 양국 간의 공식적인 무역 협상 테이블은 사실상 멈춰 선 상태이며, 철강·자동차·식료품 등 전방위적인 물가 상승(소비자 부담 증가)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를 향해 연일 정치적·경제적 압박 수위를 높이고, 이에 맞서 카니 총리가 '주권 수호'를 외치며 정면돌파를 고수함에 따라, 북미 경제 공동체를 둘러싼 양국 간의 갈등은 올가을 내내 글로벌 경제의 가장 뜨거운 화약고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