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멕시코 국경 지대의 삼엄한 경비와 단속 강화로 인해 지상 통로를 통한 불법 입국 규모는 큰 폭으로 감소했다.
그러나 마약 카르텔과 밀입국 조직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지하 터널, 대형 하수 및 빗물 배수 시스템을 은밀하게 악용해 단속망을 교묘히 우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상 체포 건수는 급감했지만 지하로 숨어든 루트
세관국경보호국(CBP)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 7월 불법 월경 혐의로 체포된 이민자는 하루 평균 약 400명 수준으로 집계되었다. 이는 하루 수천 명이 국경을 넘나들던 2022년과 비교하면 비약적으로 감소한 수치다.
트럼프 행정부가 국경 장벽을 확충하고 적외선 드론 및 첨단 감시 장비를 대거 투입하면서 지상을 통한 밀입국은 사실상 어려워졌다.
하지만 마약 카르텔과 밀입국 조직들은 이민 유입을 '제로(0)'화하려는 압박을 피하기 위해 지하로 눈을 돌리고 있다.
빗물 배수 시스템부터 고도화된 지하 터널까지
멕시코 마약 카르텔은 과거 마약 밀반입에 쓰던 국경 지하 터널을 이제 이민자 밀입국에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도시 하수도 및 빗물 배수 시스템과 연결된 통로를 통해 국경을 넘은 뒤, 미국의 맨홀이나 배수구로 불쑥 튀어나오는 수법이 쓰이고 있다.
지난 5월 샌디에이고의 빗물 배수 시스템에서는 미성년자 3명을 포함한 이민자 19명이 원격 감시카메라에 포착되며 적발되었다.
지난해에는 멕시코 시우다드후아레스에서 텍사스 엘패소로 이어지는 리오그란데강 아래 터널이 발견되어, 이민자들이 지상 맨홀로 나와 비밀문이 설치된 트럭에 올라탄 사실이 드러났다.
지하 밀입국 조직은 출신 국가에 따라 가혹한 비용을 청구하고 있다. 라틴아메리카 출신 이민자에게는 최대 1만 5,000달러, 중동 및 동남아시아 출신에게는 최대 2만 5,000달러의 막대한 요금을 부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밀입국 터널은 단순한 토굴을 넘어 조명, 환기시설은 물론 소형 레일과 운반 카트, 유압식 리프트까지 갖춘 대형·첨단 시설로 진화했다.
지난해 티후아나에서는 오타이메사 입국장 인근 상점으로 연결된 0.5마일 길이의 터널이 적발되었으며, 당국은 이곳에서 출발한 냉동 트럭을 단속해 4,500만 달러 상당의 코카인 1톤 이상을 압수하기도 했다.
대체 통로 수요 급증
전문가들은 국경 단속이 강력해질수록 밀입국 조직들이 더욱 비싸고 위험천만한 지하 통로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하고 있다.
데이비드 셰크 샌디에이고대 ‘저스티스 인 멕시코’ 프로그램 디렉터는 “국경 단속의 벽이 높아질수록 이를 뚫기 위한 대체 통로에 대한 수요가 끊이지 않고 늘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상 월경자는 크게 줄었지만, 밀입국 루트가 이처럼 고도화·지하화되면서 미 국경 당국에는 또 다른 강력한 안보 및 단속 대응 과제가 던져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