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이 유엔총회를 계기로 수개월 만에 직접적인 외교 협상에 나서면서 중동 전쟁의 향방에 새로운 변수가 등장했다. 양국이 여전히 핵심 쟁점에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고위급 인사들이 뉴욕에서 대화를 이어가면서 교착 상태를 풀기 위한 외교적 접점이 마련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은 23일 뉴욕 유엔본부를 중심으로 수개월 만에 첫 ‘셔틀 회담’을 진행했다. 미국 측에서는 중동 특사 스티브 위트코프와 재러드 쿠슈너가, 이란 측에서는 압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이 협상에 참여했다.
회담은 약 3시간 동안 이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은 회담 이후 구체적인 합의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미국과 이란 사이에 다시 협상 통로가 열렸다는 점 자체가 주목받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같은 날 이란과의 대화가 계속되고 있으며 합의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뉴욕에서 영국 총리와 만난 뒤 기자들에게 미국과 이란이 계속 소통하고 있다며 향후 추가 회담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미국이 요구하는 핵무기 개발 억제와 이란이 요구하는 군사적 압박 해소 사이에는 여전히 큰 간극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핵무기를 확보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협상과 동시에 강한 압박도 이어가고 있다.
이란 역시 호르무즈 해협 문제를 협상의 주요 조건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은 미국의 해상 봉쇄와 군사작전 중단, 동결된 자산 문제 등을 포함한 조건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 수송에서 핵심적인 통로다. 전쟁 이후 해협을 통한 선박 운항이 크게 위축되면서 국제 유가와 해상 운송 비용에도 영향을 미쳤다.
미국과 이란의 대화가 실제 합의로 이어질 경우 국제 원유 공급에 대한 불안이 완화되고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도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협상이 결렬되거나 군사적 충돌이 재개될 경우 에너지 시장의 불확실성이 다시 커질 수 있다.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도 호르무즈 해협의 항행 안전을 둘러싼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3일 해협의 통항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할 경우 추가 개입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협상의 또 다른 변수는 미국 국내 정치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엔총회 연설에서 이란과의 합의 가능성을 언급하면서도 군사적 압박을 유지하겠다는 메시지를 함께 내놓았다.
결국 현재의 협상은 완전한 관계 개선보다는 전쟁 확대를 막고 핵 문제와 호르무즈 해협 문제를 둘러싼 최소한의 합의점을 찾기 위한 초기 단계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향후 추가 회담에서 양측이 어느 정도까지 조건을 조정할지가 중동 정세의 중요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