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산 전기강판 수입을 제한하기 위한 새로운 보호조치를 25일부터 시행한다. 전기차와 전력망, 풍력발전 등에 사용되는 핵심 소재를 둘러싸고 유럽과 아시아 제조업체 간 무역 갈등이 한층 커질 전망이다.

EU는 전기강판과 관련 제품에 수입 쿼터와 최저가격을 적용하는 잠정 세이프가드 조치를 25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저가 수입품으로부터 유럽 철강업계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전기강판은 전기를 사용하는 모터와 변압기 등에 사용되는 특수 철강 제품이다. 전력망 확대와 전기차 보급, 풍력발전 시설 건설 등과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어 산업 경쟁력 측면에서 중요한 소재로 꼽힌다.

EU가 이번에 적용하는 조치는 단순히 원재료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전기강판뿐 아니라 이를 가공한 적층 제품과 변압기 코어 등 관련 제품까지 보호 대상에 포함된다.

EU는 품목별로 수입 물량을 제한하는 동시에 일정 수준 이하의 가격으로 제품을 판매하지 못하도록 최저가격 기준도 적용한다. 최저가격은 제품과 수입 물량에 따라 톤당 약 2,800~3,500유로 수준으로 설정됐다.

이번 조치의 배경에는 중국산 제품의 유럽 시장 점유 확대가 있다. 2025년 EU의 전기강판 수입에서 중국산이 차지한 비중은 50%를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과 러시아, 한국, 미국산 제품도 EU의 관련 무역 조사 대상에 포함돼 있다.

유럽의 대표적인 전기강판 생산업체들은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산 제품이 낮은 가격을 앞세워 시장을 확대하면서 유럽 업체들의 생산 기반이 약화될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EU 입장에서는 전기강판 생산시설이 줄어들 경우 향후 전력망 확대나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핵심 소재를 해외 공급망에 지나치게 의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특히 유럽은 전기차와 신재생에너지, 전력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고 있어 전기강판 수요가 장기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수입 규제가 강화되면 유럽에서 전기강판을 사용하는 자동차와 전력장비, 에너지 기업의 원가가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번 조치는 우선 잠정적으로 시행되며 EU 집행위원회가 관련 산업과 시장 상황을 추가로 검토한 뒤 향후 조치를 결정할 예정이다.

한국 철강업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이다. 한국산 제품 역시 EU의 관련 조사 대상에 포함돼 있는 만큼 앞으로 실제 수입 쿼터가 어떻게 배분되고 한국 업체에 어떤 조건이 적용되는지가 중요한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