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약 300억 달러 규모의 상품을 대상으로 상호 관세 부담을 낮추는 방안에 합의하고 인공지능(AI) 분야의 위험과 안전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공식 대화 채널도 가동하기로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 이후 나온 구체적인 합의 가운데 하나로, 장기간 이어져 온 미·중 무역 갈등이 일단 추가 충돌을 피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모습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은 각각 상대국에서 들어오는 비민감 품목 가운데 약 300억 달러 규모의 상품에 대해 보다 유리한 관세 대우를 제공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이번 합의는 미·중 양국이 모든 관세를 없애는 전면적인 무역협정과는 거리가 있다. 다만 양국이 추가적인 관세 충돌을 피하면서 교역을 안정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이번 협의에서는 AI가 새로운 핵심 의제로 등장했다.

미국과 중국은 AI의 위험과 안전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대화 채널을 별도로 운영하기로 했다. 양국이 AI 기술 경쟁을 벌이는 동시에 AI가 초래할 수 있는 안전 문제에 대해서는 직접 소통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한 것이다.

AI 분야에서는 양국의 입장 차이가 여전히 크다. 미국은 첨단 반도체와 AI 기술의 중국 유입을 제한하면서 국가안보와 기술 경쟁력 강화를 강조하고 있고, 중국은 자체 AI 생태계 구축과 기술 자립을 빠르게 추진하고 있다.

그럼에도 AI가 경제뿐 아니라 사이버 공격과 국가안보, 군사 분야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양국이 위험 관리 차원의 대화를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미·중 고위급 협상에서도 AI 안전과 비상 연락체계에 대한 논의가 이뤄진 바 있다. 미국 측은 AI가 통제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발전하거나 비국가 행위자의 사이버 공격에 악용될 가능성 등을 주요 위험으로 거론했다.

이번 관세 합의가 미국과 중국 사이의 무역 갈등을 근본적으로 해결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양국은 여전히 첨단기술 수출통제와 반도체, 희토류, 대만 문제 등에서 상당한 이견을 보이고 있다. 특히 미국의 대중국 기술 규제와 중국의 핵심 광물 공급망 지배력은 앞으로도 양국 협상의 주요 변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이 희토류 공급망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는 점도 미국 기업과 정부가 중국과의 무역 관계를 완전히 단절하기 어려운 이유 가운데 하나다.

이번 합의로 단기적으로는 미국과 중국 사이의 관세 충돌 위험이 다소 낮아질 수 있지만, 양국의 전략적 경쟁 자체가 끝난 것은 아니다.

시장에서는 앞으로 실제 관세 인하가 언제, 어떤 품목에 적용되는지와 양국이 AI 대화를 얼마나 정례화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중 관계가 무역전쟁의 확대보다는 관리 가능한 경쟁으로 이동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