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국가들이 중동 전쟁 여파로 급등한 디젤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비축유 방출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압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유럽이 비상용으로 확보해 둔 디젤 재고를 시장에 공급하는 방안이 구체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유럽연합(EU) 국가들은 2일 프랑스가 제안한 디젤 비축량 방출 방안을 논의했다. 논의된 계획에는 유럽 국가들이 약 5,000만 배럴의 디젤을 방출하고, 국제에너지기구(IEA) 회원국들이 추가로 5,000만 배럴의 원유를 시장에 공급하는 방안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논의의 배경에는 이란 전쟁으로 인한 중동 에너지 공급 불안이 자리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지속되면서 걸프 지역에서 생산되는 원유와 석유제품의 공급 차질 우려가 커졌고, 이에 따라 유럽의 디젤 가격도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특히 디젤은 트럭과 선박, 산업용 장비 등 물류와 생산 현장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디젤 가격이 장기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경우 운송비와 제조비 상승을 통해 소비자 물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미국도 유럽에 비축유 방출을 요구해 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일 유럽 국가들이 대규모 디젤 재고를 방출하기로 합의했으며 즉시 절차가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유럽 입장에서는 비상용 재고를 얼마나 시장에 풀 것인지가 쉽지 않은 문제다. 중동의 공급 불안이 장기화될 경우 현재 보유하고 있는 비축량이 향후 에너지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중요한 안전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로이터가 인용한 소식통들은 유럽 국가들이 디젤 가격을 낮추는 것과 비상용 재고를 유지하는 것 사이에서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전했다. 걸프 지역의 공급 차질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도 아직 불확실한 상황이다.

미국에서는 국내 연료가격을 낮추기 위한 추가 조치도 거론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산 디젤의 수출 제한 가능성을 검토하면서 유럽의 비축유 방출 논의와 맞물려 국제 석유시장에 새로운 변수가 되고 있다.

국제유가뿐 아니라 디젤 가격이 안정될 경우 한국을 포함한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의 물류비 부담에도 일부 영향을 줄 수 있다.

반대로 이란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 계속되거나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에너지 수송이 실제로 크게 제한될 경우 비축유 방출만으로 가격 상승을 장기간 막기는 어려울 수 있다.

세계 주요국들이 비축유를 시장에 투입하기 시작하면서 앞으로 국제유가와 디젤 가격이 실제로 얼마나 안정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