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다시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중동 지역의 군사적 충돌이 계속되는 가운데 미국 멕시코만으로 접근하는 폭풍까지 원유 생산시설을 위협하면서 세계 에너지 시장에 공급 불안이 커지고 있다.
7일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101달러를 넘어섰고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90달러에 가까운 수준까지 상승했다.
최근 국제유가는 중동 지역의 불안과 원유 공급 차질 우려에 따라 큰 폭의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특히 예멘의 후티 반군이 사우디아라비아와 예멘 내 주요 시설을 겨냥한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이어가면서 중동의 에너지 수송망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세계 최대 산유국 가운데 하나인 만큼 사우디의 생산과 수출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국제유가가 즉각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중동뿐 아니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시설을 둘러싼 공격도 시장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러시아의 원유 생산 및 정제시설이 공격을 받을 경우 국제적인 석유 공급량이 감소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 내 기상 상황도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멕시코만에서 발달하고 있는 폭풍이 향후 허리케인으로 강화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미국 원유·천연가스 생산시설과 정유시설의 가동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멕시코만 일대는 미국 전체 원유 생산량의 상당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폭풍이 주요 생산시설이나 항만을 직접적으로 위협할 경우 생산 중단뿐 아니라 원유 운송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문제는 이미 세계 원유시장이 지정학적 위험으로 불안정한 상태라는 점이다. 중동에서 공급 차질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서 미국까지 생산 차질이 발생한다면 시장의 충격이 더욱 커질 수 있다.
유가 상승은 단순히 주유소에서 판매되는 휘발유 가격에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항공료와 화물 운송비, 식품 가격, 제조업 원가 등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장기간 지속될 경우 소비자 물가를 다시 끌어올릴 수 있다.
특히 미국 소비자들에게는 휘발유 가격 상승이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한다. 자동차 의존도가 높은 지역에서는 출퇴근과 생활비가 동시에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역시 국제유가 상승에서 자유롭지 않다. 원유 대부분을 해외에서 수입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유가가 상승하면 수입 비용이 늘어나고 원화 가치와 물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도 최근 에너지 시장의 불확실성을 주시하면서 필요할 경우 전략비축유와 석유제품 재고를 활용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다만 전략비축유 방출은 가격 급등을 일시적으로 완화할 수 있을 뿐 근본적인 공급 부족을 해결하는 방법은 아니다.
중동의 군사적 긴장이 완화되고 미국의 원유 생산시설이 폭풍 피해를 피할 경우 유가가 다시 안정될 가능성도 있지만, 현재로서는 여러 공급 위험이 동시에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서 에너지 시장의 불안정성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