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주우크라이나 한국대사를 본국으로 소환하기로 결정하면서 한국과 우크라이나 사이의 외교 갈등이 한층 심각해졌다. 북한군 포로 2명의 한국 송환 사실을 우크라이나 측이 공개한 것을 둘러싸고 양국이 비공개 합의와 사과 여부를 놓고 맞서면서 결국 대사 소환이라는 고강도 외교 조치로 이어졌다.

외교부는 8일 박기창 주우크라이나 대사를 본국으로 소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양국 사이의 현안이 원만하게 해결되기를 기대한다면서도 문제 해결을 위해 우크라이나 측과 협의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번 사태의 출발점은 지난달 23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유엔총회 연설에서 북한군 포로 2명의 한국 송환 사실을 공개하면서부터다.

한국 정부는 포로들의 한국행과 관련해 우크라이나 측과 비공개 원칙에 합의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측은 양국 사이에 한국 정부가 주장하는 수준의 비공개 합의가 있었다는 해석에 동의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는 우크라이나가 합의된 내용을 공개한 데 대해 공식적인 해명과 사과를 요구해 왔다. 하지만 양국이 생각하는 사과의 수준과 의미가 달라 갈등이 계속됐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지난 6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우크라이나 측으로부터 사과의 뜻이 담긴 메시지를 받았지만 한국 정부가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과는 차이가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측은 이에 대해 양국 사이에 공개적인 비판이 이어진 상황에 유감을 표시한 것일 뿐, 한국 정부가 요구하는 방식의 사과를 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반박하고 있다.

대사 소환은 외교관계를 완전히 단절하는 조치는 아니지만 상대국에 강한 불만을 전달하는 대표적인 외교적 항의 수단이다. 특히 주재국에 파견된 대사를 본국으로 불러들이는 것은 해당 사안에 대한 정부의 불만이 상당히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조치로 평가된다.

이번 갈등은 북한군 포로 문제라는 민감한 사안과도 연결돼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과정에서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이 확인된 이후 북한군 병사들의 포로 문제는 한국과 우크라이나, 러시아, 북한 사이의 외교·안보 현안으로 확대됐다.

한국 정부 입장에서는 북한군 포로의 신변과 한국 송환 문제가 인도주의적 문제인 동시에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협력에 대응하는 외교·안보 문제라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우크라이나 역시 전쟁 과정에서 북한군의 러시아 지원 문제를 국제사회에 적극적으로 알리는 것이 자국의 외교적 이해와 연결돼 있는 만큼 양측의 입장이 쉽게 좁혀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이번 대사 소환으로 양국 관계가 당장 크게 흔들릴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실무협상을 통해 갈등을 조기에 봉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과 우크라이나 모두 전쟁과 안보 문제에서 협력할 필요성이 있는 만큼 외교 채널을 통한 해결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다만 한국 정부가 공식 사과와 사실관계 정리를 요구하고 있는 만큼 우크라이나 측이 어느 정도의 설명과 조치를 내놓느냐가 향후 갈등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